암환자에겐 부부사랑 사치라고요?

환자 불안-망설임 벗으면 정상회복 돕는 역할

3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은 김 모(주부) 씨는 수술 후 남편과 성관계를 가질 때마다

너무 아팠다. 고통을 숨긴 채 남편이 원하니까 계속 응해왔던 것이다. 이런 심정도

몰라주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했다. 김 씨는 주변 환우들의 조언을 참고해 남편에게

이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후로 자신을 배려하는 남편의 스킨십 덕분에 부부관계에서

만족을 느끼게 됐다.

배우자가 암환자이거나 과거 암 수술을 받았다면 예전처럼 부부관계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심리적, 육체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암에 걸린 당사자는 달라진 몸 상태에 자신감을 잃게 되고, 또 어떤 상황에서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암환자의 배우자는 혹시라도 내 아내, 내 남편의 건강에 해가

될까봐 망설이는 상황도 생긴다.

암환자에게도 성생활은 생활의 일부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조주희 박사는 “암환자의 성생활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많지만 암환자에게도 성생활은 중요한 생활의 일부”라며

“성생활이 어떤 암환자에겐 정상 생활 복귀를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암 환자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07년 발표에 따르면 신규

암환자는 2000년 10만 1781명에서 2006년 13만 1604명으로 29%나 늘었다.

연세의료원 암센터 정신건강클리닉 김경란 교수는 “우리나라는 ‘암’하면 ‘죽음’을

먼저 떠올리는 경향이 강해 환자는 암 완치판정을 받아도 끊임없이 불안을 느낀다”면서

“이럴 때 환자의 마음도 모르고 성관계를 요구하면 만족을 얻기 힘들고 환자는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해 새로운 성관계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암 치료

암 환자의 대부분은 항암치료를 받는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몸이 쇠약해지고 성욕도

감퇴한다. 치료 중엔 골수와 관련된 기능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배우자가

환자의 몸과 마음을 배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경희의료원 암센터 신임식 코디네이터(종양전문간호사)는 “골수기능이 떨어지면서

백혈구, 혈소판,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지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백혈구가 낮아지면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관계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심적 부담 안 느끼게 신경 써야”

암환자가 성관계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성관계에 대한 스트레스와

심적 부담을 주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김경란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아 성생활에

위축되는 환자를 많이 보게 된다”면서 “보통 사람도 스트레스나 고민이 있을 때

성이 위축되는데 이는 암환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완화치료팀은 서로 배려하며 성관계를 즐기되 △성관계

중 새로 통증이 생겼을 때 △성관계 중  많은 양의 출혈이 있을 때 △발기 능력이나

정자 양에 현저한 변화가 있을 때에는 의사에게 알릴 것을 권했다.

▽남성 생식기암

남편의 생식기에 암이 생겨도 성생활이 가능하다. 전립샘(전립선) 암환자가 치료

중 간혹 성관계를 할 때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지만 위험하거나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성기 부위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발기 때 통증이 생기거나 정액의 양이 줄거나

성기 부위의 피부가 약해져 성관계 중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부산대 의대 비뇨기과 박남철 교수는 “방사선 치료를 받은 전립샘암 환자 50%

정도가 발기부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의사와 상담해 호르몬요법을 받으면

발기부전의 빈도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관계로 암 옮지는 않아”

한양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명자 교수는 “방사선은 몸 암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순간 통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관계를 해도 아내에게 방사선이 옮겨가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또 고환암 환자는 대부분 양쪽이 아닌 한 쪽에 암이 생겨 수술받기 때문에 정자

수가 줄어들 수 있지만 성관계를 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박 교수는 “치료중이라

해도 성관계로 암이 옮겨가는 일은 절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유방암

유방암 때문에 유방절제수술을 받은 여성은 심리적으로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이럴 땐 처음부터 성관계를 요구하기보다는 손으로 애무하기, 입으로 자극하기, 키스하기,

만지기, 포옹하기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위축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대병원 유방암 환우회 비너스 김현미 총무는 “유방암 환우들 대부분이 부부관계에

대한 애로사항을 갖고 있다”며 “환우들이 맞는 항호르몬제는 여성호르몬을 말려버리기

때문에 관계를 가질 때 많이 아파서 피하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원해 성관계를 가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이런 상황을 힘들어한다”고 덧붙였다.

“여성 자격지심 이해하는 게 중요”

조주희 박사는 “여성들은 유방절제 후 자격지심이 생겨 남편과의 성관계에 대해

정신적인 거부감을 갖게 되고 이것이 육체적 거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남편들은

이런 여성의 자격지심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임식 코디네이터는 “선진국에서는 유방암 환자병동 옆에 유방보조기구, 실리콘유방,

특수 브래지어 등을 파는 매장이 있다”며 “환자가 이런 상품을 쉽게 접하면 성생활을

돕는 보조용품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고 부부관계에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과 난소암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은 뒤엔 성생활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수술할 때 질을 잘라내기 때문에 질의 깊이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종혁 교수는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고

처음엔 느낌이 달라 불편할 수 있지만 성관계를 하다 보면 질이 늘어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방사선 치료 받으면 관계때 통증

그는 이어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질 점막이 위축돼 질의 직경이 좁아지므로

성관계가 상당히 힘들어질 수 있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가급적 방사선치료를 피하고

수술하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이명자 교수는 “자궁암 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질이 헐 수 있어 성관계

때 통증을 느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혁 교수는 “자궁내막암이나 난소암은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는데 치료 종료

후엔 성관계를 하는 데 아무런 걱정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일축했다.

▽대장암

일반적으로 직장암 수술을 받았을 때, 혹은 대장암 수술 후 장이 터지려 할 때

인공항문 주머니를 달게 된다. 입구가 3cm 정도인 이 주머니를 ‘장루’라고 한다.

배우자가 장루를 달고 있어도 △성 관계 전에 항문 주머니를 비우고 △주머니는 덮거나

미리 고정시키며 △주머니 부위를 덮고 생식기 부위는 뚫린 속옷을 입으면 성관계를

할 수 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상처장루전문 박경희 간호사는 “장루를 다는 남녀

비율은 반반으로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심리적 성욕감퇴 ‘이해심’으로 해결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장동경 교수는 “장루의 형태가 혐오스러워

눈으로 봤을 때 심리적으로 성욕이 감퇴할 수도 있다”면서 “부부가 서로 이해한다면

기능적으로는 성관계를 맺는 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혹 항문을 없애면서 성기능과 관련된 신경이 손상을 입어 발기부전이

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조경진 기자 nice2088@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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