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책이 겨우 손 씻기냐고요?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서울·강원까지 확산돼 국민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에서 4, 5월이면 유행하곤 하는 손발입병(수족구병)이 중국에서 수십 명의

희생자를 내며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도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5월은 홍역·수두·볼거리

등 각종 전염병이 꿈틀대는 시기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한때 수그러들었던 말라리아도

최근 확연히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반도 온난화와 더불어 ‘전염병 공포’가 번지고 있다. 그러나 전염병 전문가들은

개인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보건당국의 지침을 잘 따르면 전염병에 걸릴 확률이

아주 낮다고 말한다. 이들은 특히 “손만 제대로 씻어도 전염병의 60~70%를 예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질병관리본부와 교육과학기술부·대한의사협회 등 25개 단체로 구성된 ‘범국민

손 씻기 운동본부’는 5~6월 전국 11개 시·도에서 손 씻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한다. ‘손, 씻을래요’란 제목의 아동극을 보여주고, 손 씻기 홍보 노트

10만 권을 배포한다.

그러나 일반인 중에서는 “전염병 예방 대책이 고작 손 씻기냐”며 냉소적인 사람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연세대 의대 감염내과 김준명 교수는 “손을 제대로, 깨끗이 씻는 방법을

알고 따르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병원이 수억원을 들여 멸균·소독장치를 들여놓지 않아도 의료진이

손만 제대로 씻으면 병원 감염이 40~5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AI의 경우 현재 사람이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AI에 감염된 사람은 대부분 조류와 직접 접촉했다. 설령 AI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생겨 침방울이나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 해도 대부분 옷이나 몸에 묻었다가

손으로 무심코 만진 뒤 다시 입이나 코로 감염되는 경로를 따르기 때문에 손 씻기가

중요하다. 변을 통해 전염된다면 손 씻기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손은 귀가 후, 식사 또는 요리 전, 화장실에서 나올 때, 환자를 간병하기 전후에는

반드시 씻어야 한다.

특히 한국 정서에는 환자와 만나고 난 뒤나 남과 악수한 다음엔 손 씻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전염병 예방에는 좋지 않은 생각이다.

화장실에 있는 아이를 봐주거나 기저귀를 간 뒤에도 손 씻기는 필수다. 애완동물이나

돈·쓰레기 등을 만진 뒤에도 씻어야 한다. 코를 푼 뒤, 재채기나 기침을 한

뒤, 피부에 난 상처를 만진 뒤에도 손을 깨끗이 씻어야 상대방에게 ‘만일의 병’을

전염시키지 않는다. 특히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수시로 씻어야 하며 아이들에게는

적어도 귀가 후, 식사 전후, 화장실에 다녀올 때 반드시 씻도록 가르친다.

손에 물만 묻히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비누로 거품을 충분히 낸 다음 흐르는

물에 구석구석 ‘제대로’ 씻어야 한다. 특히 손가락 사이와 손금·손등·손톱

등 구석구석 씻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은 반지를 끼지 않는데 반지와 손가락 사이 틈새에 세균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도 손을 씻을 때 가급적 반지 쪽을 잘 씻도록 한다.

귀가 후에는 손과 함께 얼굴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한다. 손으로 얼굴을 만져

이미 세균이 얼굴에 침범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손을 씻고 나서는 가급적 면 수건이나 종이타월로 닦거나 손 건조기로 말리는

게 좋다.

요즘엔 수도꼭지에 손을 댈 필요가 없는 자동수도나 발로 페달을 밟으면 물이

나오는 수도를 사용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는데 모두 위생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손을 씻고 수도꼭지를 잠그다 수도꼭지에 묻은 병균이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손을 씻고 나서 화장실 문손잡이를 돌리다가 세균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문은 어깨나 몸으로 밀고 나가는 게 좋다. 또 고형 비누는 젖은 상태에서 세균이

서식할 수 있으므로 물기가 잘 빠지는 곳에 둬야 한다.

평소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이런 버릇을 없애야 한다. 아이들에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는 습관을 갖지 않도록 가르친다. 책상에 물기가 있는 작은

스펀지를 두고 책을 넘기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의사들은 “손을 씻어야 하는데 물만 있고 비누가 없다면 손에 흙을 문지르라”고까지

권한다. 손이 더럽다는 생각에 비누로 손을 씻게 될 때까지 손을 입에 대지 않기

때문에 전염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감염내과 의사들에 따르면 온갖 물건과

접촉하는 손은 양말에 감싸인 발보다 훨씬 더러운 세균의 온상이다.

 

※이 기사는 중앙 SUNDAY 5월 11일자에 게재됐던 것입니다.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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