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만 큰다면 못걸어도 좋아

뼈 자르고 1년 목발 ··· 장애인 되기도 / 170cm도 수술 희망 ··· 고통속 후회

 

멀쩡한 뼈를 두 동강낸다. 다리에 특수장치를 설치하고 이것으로 매일 동강난 양쪽 뼈를 끌어당겨 뼈를 늘인다. 수술 후 마취에서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 매일 밤 고통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1주일 동안 대소변을 못 가린다. 외출은 언감생심, 하루 종일 방안에서 고통, 염증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동강난 뼈의 사이에 뼈가 차오를 때까지 6~9개월 흉측한 장치를 차야 하고 길게는 1년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한다. 자칫하면 다리가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아 영원히 장애인이 된다.

“뼈를 부러뜨린 고통이 살을 도려낸 고통보다 100배는 심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1년 동안 매일 고통 때문에 자살의 유혹과 싸워왔습니다”

“수술 뒤 많이 울었습니다. 두 다리가 멀쩡하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뼈를 잘라 키를 늘리는 ‘일리자로프(Ilizarov)’ 수술. 선진국에서는 심각한 저신장증 환자나 사고로 양쪽 다리 길이가 크게 차이 나는 환자, 팔·다리가 기형인 환자만 받지만 국내에서는 키가 정상범주에 드는 아이들도 ‘멀대’가 되기 위해 수술을 원한다.

부모와 자녀가 교수에게 수술을 해달라고 애원을 하다가 퇴짜를 맞으면 결국 수술을 해주는 병원을 찾아 기어코 수술을 받는다. 그리고 열이면 열 후회한다. 그때서야 키가 작은 것은 장애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한다.

외국에서는 140cm 이상인 사람이 수술을 받는 경우가 드물지만 국내에서는 키가 170cm가 넘는 사람도 180cm대를 목표로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런 수술을 꿈도 꾸지 않지만 일부 개인 의원에서는 이런 환자를 모시기 위해 홍보전을 펼치기도 한다.

A정형외과 직원은 전화를 통해 “모델 지망생인 20세의 한 청년은 키가 173cm였지만 수술을 받고 180cm의 큰 키를 갖게 됐다”며 “수술 10건 중 1~2건은 170cm 이상”이라고 자랑했다. 이 병원 원장은 병원 홈페이지의 Q&A를 통해 “70명 정도가 미용을 목적으로 일리자로프 수술을 받았다”며 일리자로프 수술을 권하고 있다.

또 B정형외과 직원은 “키가 정상 범주에 속하는 사람의 상담이 대부분”이라며 “많을 때는 한 달에 10여 명 정도가 수술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들 병원은 인터넷에 홍보 카페를 개설해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대부분 부작용과 합병증은 숨기고 큰 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는 환자 모임을 가장해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이 이 수술에 매달리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 수술은 미용을 목적으로 할 경우 보험적용이 안돼 수술 방법에 따라 1500만~40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석현 국제소아정형외과 회장과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교수 등 정형외과 권위자들은 “170cm인 청소년에게 수술하는 것은 한 마디로 범죄”라며 “전체 의사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소수의사의 표본”이라고 단언했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의사는 일반인이 수술을 원해도 말려야 하는데, 부작용과 합병증을 설명하지 않거나 축소하면서 호객행위를 한다”며 돈벌이에 양심을 팔고 있는 개인 병·의원들의 상술을 비난했다.

일리자로프 수술은 양쪽 다리 길이가 심각하게 달라 이를 교정하기 위해 치료를 받은 사람도 대부분 후회할 정도로 참기 힘든 통증이 동반된다. 또 수술을 받은 뒤 6개월~1년 동안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은둔자 생활을 해야 한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수술을 받은 사람의 약 10%는 합병증으로 고생하며 운동능력도 많게는 20%까지 떨어진다. 골절, 신경 및 혈관 손상, 골수염과 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아 겅중겅중 걸어야 하는 ‘까치발’ 등 부작용 사례도 빈발한다.

150cm의 키가 불만이던 배 모(24·여)씨는 3년 전 일리자로프 수술을 받았지만 치료가 끝났는데도 걸을 수가 없었다. 무릎이 5도 밖에 구부러지지 않았던 것.

배 씨는 “넙다리뼈를 부러뜨려 7cm 정도 키가 자랐지만 병원으로부터 집에서 조금씩 운동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설명 받지 못했다”면서 “이 때문에 뼈가 늘어난 만큼 근육이 늘어나지 않아 걸을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배 씨는 다리뼈를 다시 잘라내야 한다고 진단받았으나 다행히 근육을 늘이는 두 번의 수술을 받고 걸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근육수술 결과 양쪽 무릎에 30cm 가량의 큰 흉터가 남게 됐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송해룡 교수는 “인체는 조화롭게 이뤄져 있어 인위적으로 손을 대면 어떤 일이 생길지 누구도 장담 못 한다”며 “일리자로프 수술 후 관절염과 같은 후유증은 몇 십 년 뒤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 교수는 특히 “이 수술은 몸에 치명적인 이상이나 기형이 있을 때에만 수술 대상이 된다. 무분별한 수술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정영기 회장(한림대 강남성심병원)은 “일리자로프 수술은 획기적인 수술방법이지만 환자가 굉장히 큰 고통을 참아야 한다”며 “키가 정상범주에 드는 사람이 수술을 받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학회 차원에서 알아 보겠다”고 말했다.

단계 과정 부작용 수술받은 사람의 말
수술 당일 전신마취 후 정강이뼈나 넙다리뼈에 약 8개의 금속 핀과 금속나사를 박는다.

핀과 금속나사를 다리를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는 외고정기구에 연결시킨 뒤 정과 망치로 뼈를 부러뜨린다.

마취에서 깨면 상상할 수 없는 통증이 찾아온다.

핀을 잘못 삽입할 경우 핀이 신경이나 혈관을 관통해 신경장애가 오고 혈관이 찢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핀을 제거하고 손상된 신경과 혈관을 다시 이어 줘야 한다.

“뼈를 부러뜨린 고통이 살을 도려내는 것보다 100배는 심할 것”
~1주 수술 일주일 후 퇴원. 환자가 직접 외고정 기구의 나사를 돌려 하루에 1mm씩 부러진 부위의 뼈를 늘이기 시작한다. 보통 총 6cm정도 늘인다. 염증이 올 수 있고 항상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누군가 대·소변을 받아줘야 한다. 보호자 없인 아무것도 못 한다”
~2개월 약 2개월 동안 6cm를 늘인 후 뼈 속이 차 오를 때까지 외고정 기구를 계속 차야 한다.

2주에 한 번씩 통원 치료한다.

환자가 부러진 뼈를 잘못 늘이거나 너무 많이 늘이면 신경이 한꺼번에 많이 늘어나면서 신경마비가 온다.

혈관과 근육이 파열될 수도 있다.

“이 수술 하고 나서 많이 울었어요. 정말 사람을 미치게 합니다. 고통스럽습니다”
~1년 바깥출입을 하기 위해선 길게는 1년 간 목발을 짚어야 한다.

수술 9개월~1년 뒤 뼈가 차오르면 외고정기구를 제거하고 약 2주간 깁스를 한다.

깁스를 풀고 또 다시 3~4개월 간 보조기구를 찬다.

뼈가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활동을 하면 뼈가 휜다.

핀이 삽입된 곳과 뼈를 부러뜨린 부분에 1~2cm의 흉터가 남는데 세균 감염이 있으면 더 커진다.

“나는 집이란 독방에서 자는 시간까지 20시간을 지내야 한다. 정말 미친 듯이 암울하다. 후딱후딱 몇 달이 지나가버려서 이 기계를 던져버리고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다”
~2년 재활치료 걸을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근육이 굳어 다리가 구부러지지 않으면 근육을 늘이는 수술을 받거나 늘어난 뼈를 다시 잘라내야 한다.

정강이뼈를 늘인 경우엔 인대가 적절히 늘어나지 않아 발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는 ‘까치발’ 이 될 수 있다. 발목 힘줄을 늘여주는 수술이 필요.

무릎이 바깥으로 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힘줄을 늘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 받은 사람의 약 10%는 신경 및 혈관 손상 등으로 합병증에 시달린다. 운동능력도 많게는 20%까지 떨어진다.

치료가 끝났더라도 넘어지거나 충격을 받으면 늘어난 부위의 뼈가 부러질 수 있다.

“수술 후 오른 쪽 다리는 남들처럼 정상적인 회복 과정을 거쳤는데 왼쪽은 처음부터 문제더니 아직도 지팡이 없이는 못 걷습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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