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중 축소술’은 인중을 축소하는 수술이 아니다?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입술 거상술'의 주된 효과는 노화로 늘어진 인중 때문에 얇아진 붉은 입술을 들어 올려 두꺼워지게 하는 것입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수술의 이름을 짓는 일은 단순한 과정이 아닙니다.

해당 수술이 지향하는 목표와 본질을 함께 잘 담아내야 좋은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술명은 단순한 설명을 넘어 그 수술의 인상을 결정하고, 때로는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한때는 이름만 들어도 뛰어난 효과를 가질 것처럼 보이는 화려한 수술명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쓰이기도 하였습니다.

수술명은 그 본질을 정확히 담아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의료진조차도 이러한 오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수술은 이러한 문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인 ‘인중 축소술’입니다.

한국에서는 이 수술이 ‘인중 축소술’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영어로 직역한 'philtrum reduction' 또는 'philtrum shortening'이라는 표현 역시 대개 한국의 성형외과에서 사용하는 명칭입니다.

인중 축소술(lip lift). [사진='Doctor Youn' 유튜브 채널]
사실 이 수술의 본래 이름은 'Lip Lift'—입술 거상술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Lip Lift'는 나이가 들며 늘어진 입술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둔 수술입니다.

입술 거상술. [사진=영문 위키 백과]
반면 ‘인중 축소술’은 인중이 긴 사람의 얼굴 비율을 개선한다는 점을 강조한 이름입니다. 같은 수술임에도, 이름에 따라 대상과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이름 때문에 수술의 효과를 과장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입술 거상술'의 주된 효과는 노화로 늘어진 인중 때문에 얇아진 붉은 입술을 들어 올려 두꺼워지게 하는 것입니다.

늘어진 입술을 거상하는 효과뿐 아니라, 긴 인중을 줄이는 효과까지 있는 것 아닐까 기대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긴 인중을 줄이는 효과는 회의적입니다.  인중을 잘라낸다고 해서 코와 아랫입술의 위치가 바뀌지 않고, 얼굴에서 인중이 차지하는 부위의 비율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인중이 짧아지면서 입을 닫기 어려워지거나 입꼬리가 아래로 처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인중 축소술은 원래 인중을 축소하는 수술이 아닌 셈입니다.

인중축소술 후 입꼬리가 떨어지고 입을 닫기 어려워진 모습.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흉터입니다. 백인에 비해 흉터가 잘 남는 동양인의 피부 특성상, 코 아래에 영구적인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입술 주위는 표정 변화가 잦은 부위로, 흉터가 비후 되거나 딱딱한 느낌을 줄 위험이 큽니다. 심지어 흉터가 덜 남는 백인조차 젊은 층에서는 'Lip Lift'를 권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Lip Lift' 전후 사진을 살펴보면 중년 이상, 노년의 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례가 많습니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인중이 늘어지고 입술이 얇아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시행된 경우입니다. 노인은 젊은 층에 비해 눈에 띄는 흉터가 잘 생기지 않습니다. 또한 백인은 체질적으로 흉터가 잘 남지 않습니다. 하지만 젊은 층이나 흉터가 도드라질 가능성이 높은 동양인에게는 일정 확률로 눈에 띄는 흉터가 반드시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즐겨 보는, 한국계 미국인 성형외과 의사의 유튜브 채널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 미국인 의사는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고 CNN 등 다수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스타 닥터’ 이기도 합니다. 이 채널에서도 젊은 층의 ‘Lip Lift’를 후회하는 수술로 꼽으며, 60대 이상의 연령층에만 권장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성형외과 의사가 말하는 5가지 후회하는 미용 수술. [사진='Doctor Youn' 유튜브 채널]
Lip lift는 60대 이상에서 시행하는 것이 좋다. [사진='Doctor Youn' 유튜브 채널]
작년에 한 유명인이 인중 축소 수술을 받았다는 기사가 난 적 있습니다. 기사를 보면 인중 축소 수술이 '얼굴의 전체적인 비율에 맞춰 인중 길이를 짧게 만듦으로써 균형을 바로잡는 시술'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우려되는 점은 '인중 짧으면 어려 보여'라는 기사 제목입니다. 인중이 짧아 어려 보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수술이 어려 보이는 얼굴을 만드는 수술이 아닙니다. 늘어진 인중을 잘라서 노화의 흔적을 줄이는 수술입니다. 턱끝이 뒤로 빠지고 인중이 두드러진 얼굴이며, 현재 나이가 50대인 해당 연예인에게는 적절한 수술일 수 있겠지만, 기사를 읽은 대중들이 막연히 어려 보이는 수술이라 오해할까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론적으로, ‘인중 축소술’이라는 이름은 직관적이고 효과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수술의 본질을 왜곡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 수술의 원래 이름인 ‘Lip Lift’는 나이가 들며 늘어진 입술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환자에게 추천됩니다.

수술 이름은 단순히 홍보 도구가 아니라, 그 본질과 목적을 담아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 수술 이름에 담긴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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