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담 분노 좌절 때 할 일? -아바도의 가르침
[이성주의 건강편지]
“사이먼, 내 병은 끔찍했지만 결과가 꼭 나쁘진 않았어요. 위를 잃고 내면의 귀를 얻은 것처럼, 왠지 몸속에서 들리는 소리를 느낄 수 있었지요. 그 기분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뭐라 표현할 수 없어요. 난 여전히 그때 음악이 내 삶을 구원했다고 느껴요(Simon, my illness was terrible, but the results have not been all bad: I feel that somehow I hear from the inside of my body, as if the loss of my stomach gave me internal ears. I cannot express how wonderful that feels. And I still feel that music saved my life in that time)!”
2014년 오늘(1월 20일),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세계 음악 팬들에게 비보(悲報)가 전해졌습니다. 영국의 ‘가디언’은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난 반세기 가장 위대한 음악가 가운데 한 명’의 부고 기사를 게재하며, 사이먼 래틀이 몇 년 전 아바도에게 들었던 말을 소개했지요.
아바도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뒤를 이어 베를린 필의 지휘를 맡았고, 그 뒤를 이어 지금까지 지휘대에 오르는 이가 래틀이지요. 아바도가 후임에게 삶의 울림을 줬다고나 할까요?
아바도는 밀라노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엘리트 지휘자 코스’를 밟았습니다. 주빈 메타, 다니엘 바렌보임 등이 함께 공부한 동창이고요. 아바도는 동창들이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때 ‘국내용’으로 고군분투합니다. 그는 라 스칼라 극장에서 지휘하다가 당시 베를린 필과 갈등을 빚고 밀라노로 옮긴 카라얀의 눈에 띕니다.
카라얀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아바도를 초청하고 빈 필하모닉의 지휘를 맡긴 덕에 아바도는 세계 무대에서 눈길을 끕니다. 그는 여러 명문 악단에서 지휘하다, ‘고액 연봉’으로 유명했던 시카고 필의 지휘자를 꿈꾸던 중 갑자기 베를린 필의 지휘자로 낙점받습니다.
카라얀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후임 물망에 오른 여러 후보 가운데 다니엘 바렌보임과 로린 마젤이 마지막까지 남았지만, 단원들이 두 패로 나눠져 극단적으로 반목하자, 온화한 신사로 정평이 나있던 아바도가 대안으로 선택된 것이지요.
아바도는 단원의 의견을 경청하고 민주적으로 악단을 이끌었습니다. 또 유명한 곡뿐 아니라 실험적인 곡도 무대에 올리는 시도를 좋아했지만, 이런 노력을 평론가와 대중은 외면했습니다. 민주적 운영은 단원들의 방종을 낳아 리더십에 대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스트레스로 작용해서인지, 2000년 7월 위암 진단을 받고 위의 3/4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습니다. 위암은 우리나라에선 발병률 1위의 암이지만, 서양인에게선 발병률이 1/10밖에 안 되는데···.
아바도는 래틀에게 얘기한 것처럼,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악으로 병마를 이겨냅니다. 수술 후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녹음했고, 곧이어 영상으로도 만드는데 음악팬들은 아바도의 수척해진 모습에 놀랐습니다. 아바도는 베를린 필의 지휘봉을 래틀에게 넘겨주고,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 모차르트 등을 결성해 젊은 음악가들을 키우다 11년 전 오늘 눈을 감습니다.
그것이 병이든지, 끔찍한 사고이든지, 삶의 불운도 어떨 때에는 오히려 삶을 푼푼하게 만들 계기가 된다는 것을 아바도는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말했지요. 스스로도 여생을 뜻깊게 살았고, 후배에게는 삶의 지표를 알려줬습니다.
혹시 무엇인가 낙담하거나 좌절하고 있다면, 아니면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면, 눈물이나 한숨을 멈추고,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때, 이 순간을 이기고 더 큰 보람을 이끌 것은 무엇일까요, 아바도에겐 그것이 음악인데, 여러분 또는 우리에겐 무엇일까요?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말러의 곡 지휘로 유명하지만, 오늘은 브람스를 지휘하는 모습을 함께 보겠습니다. 1997년 아바도가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주합니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 감상하겠습니다.
아바도의 가르침 정말 휼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