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임의로 비급여 진료비 내역 조정해도 되는가?

[박창범의 닥터To닥터]

법정비급여 항목 중에는 실손의료보험 청구가 안되는 항목도 일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백내장수술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기준으로 총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비율인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이 64.9%로 조사되었다. 이는 병의원에서 진료나 치료후에 발생하는 총의료비의 35%를 환자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으로 악성종양이나 심장병 등 중증질환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항목이라도 의료비가 비쌀 뿐 아니라 법정비급여항목이 많기 때문에 본인부담률이 급증한다. 하지만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면 건강보험급여 항목 중에서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본인부담금은 물론 법정비급여 항목까지도 보전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2023년 기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전체인구 대비 73%인 3,997만명에 달할 정도이다.

하지만 법정비급여 항목 중에는 실손의료보험 청구가 안되는 항목도 일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백내장수술이다. 백내장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항목은 물론 실손의료보험청구가 가능한 법정비급여 항목 및 불가능한 법정비급여 항목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백내장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남과 동시에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단초첨렌즈 대신 가격이 매우 비싸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렌즈를 삽입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실손의료보험사들의 부담이 급격히 증가였다. 이에 따라 실손의료보험사는 65세이상으로 종합병원 혹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한 경우에 한하여 백내장수술비용을 환급해주는 등 백내장수술에 대한 환급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하였다. 또한 다초점 인공수정제 렌즈에 대하여도 환급해 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백내장을 진단하는 법정비급여 검사비는 실손의료보험의 환급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이 임의로 법정비급여항목 중에서 실손의료보험 청구가 가능한 항목에 대하여는 검사비를 매우 높게 책정하고 청구가 불가능한 항목은 실제비용보다 매우 낮게 책정하여 환자들의 실손의료보험 청구에 도움이 되도록 항목별 비용을 조정한다면 이러한 비용조정은 문제가 없을까? 최근 이에 대한 판결이 나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안과의원 원장 A는 백내장 수술 및 다초점렌즈에 대한 법정비급여 진료비 중에서 실손의료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안과검사비는 비정상적으로 매우 높게 책정하고, 실손의료보험금을 환급받을 수 없는 다초점렌즈 값은 공급가보다 적게 받는 방식으로 비급여 진료비항목에 대한 가격조정을 통해 환자들이 더 많은 실손의료보험급여를 수령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보험회사들은 이러한 의료공급자에 의한 임의적인 진료비 내역 조정은 보험금을 편취하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에서는 의료공급자인 의사가 임의적으로 비급여진료비 내역을 조정한 것은 불법행위라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법정비급여 진료행위는 건강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비용부담을 의료기관과 환자사이의 사적자치에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비급여 항목별 금액을 보험회사에 불리하게 변경하거나 조정하는 것은 의료기관과 환자사이의 사적자치에 해당하고, 비급여 진료비 내역을 일관적으로 적용하고 실제로 그에 해당하는 진료행위를 한 후 진료비를 청구하고, 환자들은 납부한 진료비 내역대로 보험금을 청구하였다면 이는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험금을 청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해당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행위의 항목별 비용을 정할 때 그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실손의료보험사의 손익을 고려하여 금액을 정할 계약관계나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와 같은 진료내역 조정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원심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 2024.12.24.선고 2023다205487 판결)

누군가가 실손의료 보험약관의 맹점을 파고들어 이익을 취하는 행태는 경계해야 할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이익이 의료기관이 아닌 환자에게 돌아간다면 이러한 행위가 비난받아야 하는 일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급여가 아닌 비급여부분까지 의료비를 정부가 일일이 규정해야 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법정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급여 항목으로 변경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이 출시되는 의료기기나 약물, 검사를 모두 급여화하는 것은 한정된 건강보험재정을 고려한다면 실현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와 함께 검증되지 않거나 덜 검증된 새로운 약물과 기기를 모두 급여화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은 물론 건강보험의 비용효과성을 고려한다면 문제가 있다.

앞으로 법정비급여와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하여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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