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마처럼 뛰는 축구선수들...그들의 심장이 위험해 지는 이유는?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태클로 공격을 저지하고 있는 수비수
축구선수들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심장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월드 스타’ 손흥민(33)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우루과이 대표 출신 주전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28)가 지난 9일 리버풀과의 경기 시작 5분 만에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벤탄쿠르는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어색하게 넘어지는 듯 보였고 엎드린 채 경기장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벤탄쿠르는 교체 직후 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정밀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가벼운 뇌진탕 증세로 진단됐다.

토트넘 홋스퍼 구단은 지난 10일 “벤탄쿠르는 뇌진탕을 겪었다. 그는 규정에 따라 2주 동안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뇌진탕 등 선수에게 큰 문제를 가할 수 있는 부상에 대해 확실한 검사를 한 뒤 경기에 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벤탄쿠르의 경우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서도 젊은 축구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야생마처럼 건강해 보이는 운동선수가 경기장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주로 심장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해 8월 우루과이 나시오날의 센터백인 후안 이스키에르도(27)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상파울루와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16강전 후반 38분 갑자기 쓰러졌다. 구급차로 경기장 인근 병원으로 실려가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불과 5일 만에 상태가 악화돼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사인은 부정맥과 심정지였다.

심장에 문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루턴 타운의 주장인 톰 로키어(31)는 2023년 12월 경기 도중 심정지로 쓰러졌다. 로키어는 급히 병원 후송 후 의식을 회복했다. 그가 경기 도중 쓰러진 것은 이 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2023년 5월에 처음으로 경기 도중 쓰러졌고 심방세동(심장 잔떨림)으로 진단돼 수술을 받았다. 이후 재활과 훈련을 거쳐 그라운드 복귀에 성공한 로키어지만 불과 7개월 만에 비슷한 상황을 맞은 것이다. 로키어는 지난해 8월부터 개인훈련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그라운드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덴마크축구대표 출신으로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티이드 소속의 크리스티안 에릭센(33)은 2021년 6월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경기 도중 심정지를 겪은 뒤 삽입 형 심장 제세동기를 몸에 넣고 기적적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해 지금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도 사례가 있다. 2011년 당시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신영록이 경기 도중 부정맥에 위한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병원에서 의식은 돌아왔으나 각종 합병증으로 안타깝게 선수 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연구에 따르면 축구를 포함해 ‘스타트했다가 멈추고’ 또는 ‘멈췄다 뛰는’ 스포츠를 하는 운동선수는 폭발적인 신체 활동과 이어 상대적으로 비활동적인 상황이 이어지면서 심장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수들에게 심장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이는 심장에 갑작스러운 압력이 반복적으로 가해져 추가적인 부담을 초래해 선수가 겪을 수 있는 심장 문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쓰러지는 다른 원인에는 심장진탕이라고 하는 특정 부상 사례가 있다.

심장진탕은 심장 앞쪽의 타격에 의해 갑작스럽게 심장이 정지되는 것을 뜻한다. 정확한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대체로 흉부에 가해진 갑작스럽고 큰 충격이 심실의 수축 리듬을 불규칙적으로 만들고 부정맥을 유발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심장진탕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심장에도 발생할 수 있다. 미국선수트레이너협회에 따르면 심장진탕은 젊은 운동선수의 갑작스러운 심장사 중 20%를 차지한다. 2017년 파라과이에서 열린 축구 경기에서도 10대 골키퍼가 강력한 슛을 가슴으로 막았다가 심장진탕이 발생해 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운동선수가 갑자기 쓰러질 수 있는 다른 많은 가능한 이유가 있다. 여기에는 너무 덥거나, 충분히 마시거나 먹지 않는 것 등이 포함된다.

영국심장재단(BHF)에 따르면 탈수로 인해 몸 주위를 이동하는 혈액이 줄어들어 저혈압, 현기증 및 실신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혈액이 몸 주위를 움직이도록 돕기 위해 심장이 더 빨리 뛰기 시작하면서 심장 두근거림을 유발할 수 있다.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이 걸쭉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혈전과 심장마비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운동선수의 심장 문제를 감지하기 위해 고안된 검진 프로그램이 있지만 다른 의료 스캔이나 검사와 마찬가지로 완벽하지 않으며 여전히 몇 가지 사례가 그물망을 통과할 수 있는 변화가 있다”고 말한다.

젊은 선수들도 정기적으로 검사 받아야

영국에서는 축구협회가 선수들을 위해 16세에 의무적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그 이후의 검사는 권장 사항이다. 최근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잇달아 쓰러지는 사고를 계기로 일부 심장 전문의들은 선수들이 20대와 30대에 접어들면서 의무적인 반복 검사를 요구하며 이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추가 검사는 처음에 검사 그물망을 빠져나갔지만 심장 문제가 있는 선수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후에 심장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는 선수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산하의 스포츠, 운동 및 건강 연구소에서 스포츠 심장학 클리닉을 이끌고 있는 귀도 피엘레스 교수는 “선수가 16세에 검사를 받는다면 29세가 되어도 모든 것이 여전히 정상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질병은 20대 후반이나 30대에 발생하기 때문에 정기적이고 정밀한 검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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