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합성 오류가 빠른 노화 부른다”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체내 단백질 합성과정에서 오류 발생으로 노화가 촉진된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체내 단백질 합성에 오류가 발생하는 실험실 쥐가 그렇지 못한 쥐에 비해 18개월 내에 죽을 확률이 7배나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일(현지시간) 과학학술지《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된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사이언스》가 보도한 내용이다.

세포는 계속해서 새로운 단백질을 생산한다, 하지만 자동차공장과 마찬가지로 그중에 약간의 불량품이 발생한다. 불량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세포에서 단백질 제조공정을 담당하는 기관일 리보솜이다. 리보솜은 핵으로부터 특정 단백질을 제조하라는 지시를 받으면 그에 맞춰 특정 순서로 아미노산을 합성한다. 이를 번역이라고 부르는데 리보솜이 가끔 번역 오류를 일으키면 엉뚱한 아미노산이 끼어들거나 잘못 접혀서 독성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다.

1963년 영국의 생화학자 레슬리 오르겔(1927~2007)은 이러한 번역오류가 노화를 촉진한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오르겔의 가설은 이런 오류가 세포가 죽기 전까지 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런 오류의 폭발은 발생하지 않음이 관찰됐다. 그럼에도 리보솜의 번역오류가 노화를 가져옴을 보여주는 연구가 최근 축적됐다.

일례로 실험실 쥐는 일반적으로 2, 3년밖에 살지 못한다. 반면 벌거숭이 두더지쥐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설치류는 30년까지 생존한다. 차이는 실험실 쥐가 단백질 합성 과정에서 오류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효모, 초파리, 선충류에 유전적 조작을 가해 리보솜의 번역정확성을 높이자 최대 23% 더 오래 살아남음을 밝혀냈다.

이번 논문을 발표한 취리히대 에릭 뵈트거 교수(분자생물학) 연구진은 반대로 단백질 합성에 오류를 많이 일으키는 리보솜을 지닌 유전자 변형을 가한 실험실 쥐가 얼마나 오래 사는지를 관찰했다. 이들 쥐는 일반 실험쥐에 비해 단백질합성에서 오류가 2배 더 많이 발생했다. 새끼 때는 건강해보였던 유전자 변형 쥐들은 생후 9개월이 됐을 때 이미 인간 나이로 치면 30대는 된 듯한 외형과 행동을 보였다. 털은 회색으로 변하고 빠지기 시작했다. 눈에는 백내장이 생기고, 구부정한 자세와 비정상적으로 휜 척추를 갖게 됐다. 체지방과 근육을 잃으면서 신체적 활력도 떨어졌다. 평균적 설치류와 비교해 수영 속도가 느려졌고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노화의 가속화를 보여주는 분자적 징후도 나타났다. 그들의 단백질은 노화와 관련된 신진대사의 파괴적인 부산물인 활성산소가 많아져 단백질 손상이 심해졌다. 염색체 말단에 위치해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는 텔로미어가 일반 설치류보다 더 빨리 짧아졌다. 실제 수명도 확실히 단축돼 유전자 변형 쥐가 생후 18개월이 되기 전에 죽을 확률이 일반 쥐에 비해 7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책임자인 뵈트거 교수는 부정확한 단백질 합성이 “노화의 핵심 요소”라는 것을 입증한 연구라며 다음 단계로 “단백질 합성 번역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약품 개발 같은 건강한 노화전략을 생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리차드 모리모토 교수(분자생물학) 역시 “단백질 손상이 노화의 가속제임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상찬했다. 미국 메릴랜드대 지창 레니 링 교수는 “번역 오류의 증가가 포유류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노화를 가속화시킨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엉성한 단백질 합성이 인간의 무릎힘줄을 약화시키고 심장쇠약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링 교수는 덧붙였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l905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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