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갱년기! 방치하면 큰 병 된다
<편집자 주> 최근 여성들처럼 갱년기를 심하게 겪는 중년 남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퇴직과 자녀 문제로 스트레스가 고조되는 시기에 복부비만, 탈모, 성기능 장애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되고 있다. 갱년기는 남성 호르몬 감소가 원인인데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년 남성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남성 갱년기에 대해 꼼꼼하게 알아보자.
<차례>
1) 남성갱년기! 방치하면 큰 병 된다
2) 문제는 호르몬이야! 아빠의 갱년기
3) 탈모와 뱃살...나도 남성 갱년기?
4) 남성갱년기 건강하게 보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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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생인 김소연(여, 25세)씨는 요즘 어깨가 축 늘어진 아버지(52세)를 볼 때 마다 안쓰러움을 느낀다. 아버지는 요즘 자주 피로감을 호소하고 말수도 부쩍 줄었다. 울적한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애교 섞인 이야기도 하지만 이내 외면하기 일쑤다. 대학 졸업 후 잇달아 취업에 실패한 그는 이런 아버지의 모습에 죄책감마저 든다.
1. 남성 갱년기, 왜 문제인가
김씨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갱년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 갱년기하면 중년 여성을 떠올리지만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는 갱년기 증상을 심하게 겪는 남성들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더욱 문제다. 갱년기는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여성 호르몬 부족에서 비롯되는 게 일반적이다. 남성 갱년기 역시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 부족이 원인이다. 하지만 여성과 달리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면 노화가 빨라지고 몸의 면역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각종 질병을 앓을 가능성이 커진다. 남성 갱년기 증상은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성적인 문제까지 연결돼 있다. 평소 건강을 자신하던 사람이 부쩍 체력 저하를 호소하고 피로감을 쉽게 느낀다. 근력이 떨어져 하체의 힘이 예전 같지 않고 뱃살도 두드러진다. 탈모가 진행되고 뼈가 약해지는 경우도 많다.
직장에서 실적 압박을 받고 있지만 기억력 저하로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자주 나타난다. 이러다 본격적인 우울증을 겪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성욕도 감소하고 발기부전 등 성기능 장애도 생겨 부부생활도 피하게 된다. 그러나 약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아 회사 일 핑계를 대고 갱년기 증상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사진=Mama Belle Love kids/shutterstock]
2. 문제는 호르몬! 남성 갱년기의 원인
남성 갱년기 증상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문제가 아니다.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환자에게 “정신력이 약하다”고 지적하는 것과 같다. 남성도 나이가 들면서 남성 호르몬 부족으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지만 진행 속도가 느려 신체적인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중년 남성은 실적 압박이나 퇴직 등으로 인해 심리적, 신체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시기여서 갱년기 증상을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년 남성에서 활동성 남성 호르몬의 감소 증상이 있는 시기를 남성 갱년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토론(testosterone)은 ‘남성’을 상징한다. 근육의 기본이 되고 뼈와 체모의 성장을 돕는다. 뇌에도 작용해 기억력을 좋게 한다. 테스토스토론은 30대 후반부터 1%씩 줄어들기 시작해 40대 후반부터 갱년기 증상을 가져온다.
[사진=seanbear/shutterstock]
3. 나는 남성 갱년기일까? 자가진단 법
그렇다면 남성 갱년기는 어떻게 진단할까? 미국 세인트루이스 의과대학의 존 몰리 교수가 개발한 남성 갱년기 증상 평가 항목(ADAM 설문지)을 세계 각국 비뇨기과애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아래의 10개 문항 중 1번이나 7번이 해당되거나, 1·7번을 제외한 8가지 문항 중 3개 이상에 해당하면 남성갱년기가 의심되므로 비뇨기과 전문의 등의 진료가 필요하다.
1) 성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2) 기력이 떨어졌다.
3) 근력이나 지구력이 감퇴했다.
4) 키가 줄었다.
5) 삶의 즐거움이 감소했다.
6) 울적하거나 짜증이 날 때가 많다.
7) 발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
8) 운동할 때 민첩성이 떨어졌다.
9) 저녁식사 후 조는 경우가 잦다.
10) 일의 능률이 떨어졌다.
하지만 남성 호르몬 부족에서 기인하는 남성 갱년기는 일정 시기까지는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설문조사로 정확히 평가하기는 어렵다. 남성갱년기는 비뇨기과에서 혈액검사로도 진단할 수 있는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8nmol/ℓ 이하라면 치료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Mama Belle Love kids/shutterstock]
4. 40-50대 남성은 마음과 몸이 아프다
남성 갱년기에 접어들면 노화가 빨라지고 몸의 저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게 된다. 우울감이나 성욕 감퇴, 발기부전 등 성적인 문제로 부부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가뜩이나 심신이 고단한 40-50대에 갱년기라는 신체적, 심리적 이중고가 덮치는 것이다.
국내의 40대 이상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40대의 경우 57.1%, 50대는 68.4%, 60대는 81.4%, 70대 이상은 90.1%가 남성 갱년기 증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40대도 절반이 갱년기 증상을 겪는 등 남성 갱년기의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지고 증상도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남성은 강한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사회통념과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성격, 그리고 성 문제에 대해 쉽게 털어놓지 않는 문화 등이 남성 갱년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여성과 달리 남성이 갱년기를 언급하면 엄살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남성 갱년기가 깊어지면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쉽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게 된다. 남성 호르몬 부족이 정신적인 면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매사 너그러웠던 사람도 가족이나 후배의 작은 실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남성들은 이런 증상을 갱년기라고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
[사진=Monkey Business Images/shutterstock]
5. 남성 호르몬 부족, 미리 대비해야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거나 비만·고혈압·당뇨·간질환·갑상선질환 등을 앓고 있다면 남성호르몬 감소가 빨라질 수 있다. 특히 비만에 당뇨가 있으면 남성호르몬 수치는 더욱 낮아진다. 따라서 평소 운동과 절제된 식사로 증상을 완화하거나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년 이후 나이가 들면서 해마다 근육량이 감소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주 3회 이상 걷기나 조깅 등 유산소 운동을 비롯해 스쿼트, 팔 굽혀펴기 등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식사는 지방이 많은 육류와 과식을 피하되 근육 발달에 필요한 단백질 보충을 위해 살코기 위주의 육류나 콩 식품 그리고 남성호르몬 증진에 좋은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