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현장 다시 돌아온 베테랑 간호사들
선배의 경륜-후배의 기발함이 시너지 높여...."간호사 구인난 숨통 트일까"
올해로 입사 3년차다. 새내기(?) A간호사는 지난 2022년 부산의 모 대학병원에서 정년 퇴직한 후 부산 온종합병원 내시경실에서 다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매일 이른 아침부터 검사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미소로 다가가 검사 전 주의사항들을 꼼꼼하게 설명해준다. 전날 밤부터 금식을 해서 공복인데다, 혹시 검사하면서 나쁜 병이라도 발견될까 조바심 내는 환자들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내시경검사 진행 상황을 수시로 파악하여 의료진에게 연락하고 환자들을 대기시키는 일까지, 검사 이후엔 수면마취 탓에 주치의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 재차 결과를 들려주고 외래 예약까지 도와준다.
“하루 50여 환자를 보살피다 퇴근할 때면 몸은 이미 파김치"라는 A간호사는 "의사인 아들도 '제발 이젠 그만 쉬라'고 하지만, 은퇴하고도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혜택 받은 직업인 아니겠느냐”고 했다.
'세번째' 새내기...후배 간호사들에겐 '엄마 리더십'으로
중앙수술실 회복실에서 일하는 B 간호사도 대학병원 출신. 3년 전 새로 입사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잠시 떠났다가, 최근 다시 임상현장으로 돌아왔다. 후배들이 반가워서 B 간호사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릴 만큼 정도 관계가 돈독하다. 연차 낮은 간호사들은 자식뻘이어서 B 간호사는 후배들을 엄마 리더십으로 대한다.
역시 수술실에서 일하고 있는 C 간호사도 수십 년 대학병원 수술실 간호사를 거쳤다. 잠시 대학에서 예비 간호사들을 가르치다가 다시 임상 현장이 그리워서 ‘친정 같은’ 수술실로 돌아왔다.
대학병원 근무할 때부터 고난도 수술에 많이 참여한 경험을 살려, 연차가 낮은 후배들이 수술 도중 당황해 하면 중재 역할을 자임한다. 간호사들의 대장 격인 '수간호사'조차 한참 후배지만, 수간호사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수술실 후배 간호사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다독여준다.
“체력 닿는 한 환자들 곁에"...나이팅게일 정신 여전했다
부산대병원에서 정년 퇴직한 정복선 간호사는 올해로 온종합병원 고객지원센터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다. 고객지원센터는 환자 안내에서부터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과의 진료 협력 업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고객 뒷치닥꺼리를 도맡아 한다. 하루에도 수십 명 환자들을 외래진료실이나 각종 검사실로 직접 모시고 다니면서도 그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의료법인 간호이사직도 맡아 후배 간호부장과 함께 젊은 간호사들 멘토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는 그는 “병원은 이제 최고의 서비스를 베풀어야 하는 직장이 됐다”며 “높은 의료의 질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원 내 어느 한 곳에서 불친절하게 되면 환자들은 ‘불편한 병원’이라고 치부해버린다. 체력이 닿는 한 환자들 곁에서 현장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온종합병원에는 13일 현재 모두 7명의 은퇴 간호사들이 재취업해 역대 두 번째, 세 번째 '스무살’로 살고 있다. 전국으로 살펴봐도 2023년 기준 60세 이상 간호사 중 은퇴 후 재취업한 간호사는 약 2만 명 이상. 전체 면허 간호사의 약 5.2%다.
일을 그만 둔 '장롱 면허자'가 10만 6,000명에 이르는 것과 대조된다. 게다가 은퇴 후 재취업 간호사의 근무지는 요양병원, 요양원, 보건소 등. 업무 강도가 높은 급성기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전 부산대병원 병원장)은 13일 “의료의 수도권 집중화에 따라 지역 종합병원들은 해가 갈수록 간호사 구인난이 시달리고 있다”면서 “대학병원에서 은퇴한 베테랑 간호사들의 지역 종합병원 재취업은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라고 했다. 이 병원은 지난해 700병상을 허가받아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300명 간호사들을 추가 모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