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흰 쌀밥 드셨지요? 그러면....

[송무호의 비건뉴스] 현미밥이 좋은 이유 5가지 ②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흔히 “밥이 보약”이라 하지만, 실은 “현미가 보약”이다. 건강을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현미밥을 먹어야 한다.

평생 흰밥만 먹다가 병원에서 처음으로 현미밥을 먹고 소화가 잘 안 된다고 불평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현미에는 쌀의 껍질 역할을 하는 쌀겨가 남아있어 백미보다 단단하고 약간 거칠다. 그 때문에 조금 오래 씹어 부드럽게 만든 후 삼켜야 하는데, 그것을 모르고 백미처럼 대충 씹다 삼키기에 소화가 안 된다고 느낀다.

인체는 살아가기 위해는 각종 영양소가 필요하다. 우리가 먹는 식품으로부터 이러한 영양소를 얻는 과정을 ‘소화’라고 한다.

소화 시스템의 가장 큰 구조는 위장관이다. 이것은 입에서 시작하여 식도, 위, 소장, 대장을 거쳐 항문에서 끝나며 약 9m의 긴 길이를 차지한다. 음식의 소화에는 위장관뿐만 아니라 여러 보조기관이 같이 작동하는데 치아, 침샘, 간, 쓸개 및 췌장이다.

우리가 흔히 간과하기 쉬운 씹기를 ‘저작(咀嚼) 운동’이라고도 하는데, 음식을 입에 넣고 치아로 씹는 것을 말한다. 소화의 첫 단계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화의 첫 단계, 씹는 게 중요한 이유는

치아로 음식을 꼼꼼히 갈고 뭉개어야 음식 속에 든 각종 영양소를 잘 흡수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부실하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안 되어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할 수가 없다. 따라서 좋은 음식 속의 영양분을 잘 흡수하려면 의도적으로 잘 씹어야 한다.

소화는 여러 내장 기관들이 음식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이다. 소화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치아와 혀를 이용해서 음식을 기계적으로 잘게 부수어 표면적을 증가시키면 침이 음식과 잘 섞이게 된다. 그러면 침 속에 들어있는 소화 효소인 ‘아밀라아제’가 탄수화물을, ‘리파아제’가 지방 분해를 도우면서 화학적인 소화가 시작된다.

위장으로 음식이 넘어오면 위액에 포함된 위산은 음식물과 같이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을 죽인다. 또 위액 속 소화 효소인 ‘펩신’이 단백질 분해를 시작한다.

음식물이 소장의 상층부인 십이지장으로 넘어오면, 췌장에서 분비되는 췌장액(이자액)과 쓸개에서 분비되는 담즙(쓸개즙) 속에 들어있는 각종 효소가 음식물 속에 들어있는 여러 영양소를 더욱 미세한 물질로 잘게 부순다. 탄수화물은 단당류로,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지방은 글리세롤과 지방산으로 분해한다.

* Wikipedia, Bile duct https://en.wikipedia.org/wiki/Bile_duct [사진=송무호 제공]
미세하게 분해된 각종 영양소는 위장관의 가장 긴 부분인 소장에서 정교한 과정을 거쳐 빠짐없이 흡수된다. 그런 후 영양소가 거의 다 빠진 음식물 찌꺼기는 대장으로 내려가서 수분이 흡수되고, 남은 노폐물이 배변 전에 저장된다.

이런 정교한 소화 과정에서 첫 단계인 씹기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소화의 첫 단추를 잘못 끼는 격이다. 영양분 흡수에 문제가 생기고, 음식물이 위에서 잘 쪼개지지 않고 오래 머물게 된다. 그러면 위산 과다로 인한 속쓰림, 역류성 식도염, 소화불량 등이 생기게 된다. 현미밥을 먹고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소화 안 되고, 맛도 없다"는 현미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

현미는 단단한 바깥층인 쌀겨가 살아있는 씨앗이라 꼭꼭 씹지 않으면 소화에 지장을 주고, 소화가 되지 않은 현미는 장에서 흡수할 수 없다. 그런 상태로 대변을 통해 밖으로 배설된다.

그런데, 현미밥에 들어있는 섬유질은 위장관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남아있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백미와는 달리 포만감이 오래간다.

이것을 소화가 안 된다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다. 포만감이 오래가는 것은 과식을 방지하여 비만을 예방해주니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에게 좋다. 이에 반해 흰밥은 소화 및 흡수가 빨라 혈당이 급속히 올라가기에 당뇨 환자들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현미에는 섬유질이 많아 부드럽지 않고 약간 거칠게 느껴진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지만, 섬유질은 변비, 비만, 당뇨, 고혈압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을 주는 필수적인 성분이기에 조금 불편해도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것이 현명하다.

현미밥은 맛이 없어서 못 먹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현미밥을 꼭꼭 오래 씹어 삼키지 않고, 대충 씹어 삼켜버리기에 쌀눈과 쌀겨에 들어있는 지방 및 각종 미네랄의 고소한 맛을 느낄 새가 없어진다.

따라서 현미밥은 천천히 꼭꼭 씹어 맛을 음미하면서 먹어야 한다. 현미밥을 오래 먹어본 사람들은 현미밥의 고소하고 깊은 맛을 알기에, 싱겁고 밋밋한 백미를 오히려 먹기 싫다고 말한다.

입맛이란 습관이다.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입맛은 바뀐다. 현미밥에 익숙해지는 것이 건강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송무호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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