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윌리스도 앓는 '이 치매', 치료길 열리나

뇌의 다른 지질 분해하는 BMP라는 지질의 비밀 풀려

브루스 윌리스와 그의 딸 탈룰라 윌리스. [사진=탈룰라 윌리스 SNS]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2023년에 진단받은 전두측두엽 치매(FTD) 치료의 돌파구가 마련됐다. 다른 지질을 분해하는 비스모노아실글리세롤인산염(BMP)이란 지질이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의 뇌에서 극히 적게 발견된다는 것과 어떻게 해야 BMP를 합성할 수 있는지를 알아낸 것. 《셀》에 발표된 미국 슬론 케터링 연구소(SKI) 연구진이 주도한 논문을 토대로 의학전문 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60세 미만 치매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두측두엽 치매는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 손상으로 발생한다. 전두엽은 행동과 판단 등을 조절하고 측두엽은 언어 기능을 담당한다. 그렇기에 이 치매에 걸린 환자는 알츠하이머 환자와 달리 기억력보다는 행동과 언어 기능에 장애가 발생한다.

SKI 세포 생물학 프로그램의 토비아스 월터와 로버트 파레스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의 뇌에서 당지질의 일종인 강글리오사이드(ganglioside) 수치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강글리오사이드 분해에 문제가 생겨 뇌에 축적된 결과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의 뇌에는 이에 뇌의 지질 수치를 조절하는 BMP가 극히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BMP의 감소로 인해 제대로 분해되지 않은 강글리오사이드가 축적되면 독성이 발생해 전두측두엽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견이다.

BMP는 세포의 쓰레기통 역할을 하는 리소좀에 위치하는 인지질로 과학자들이 50년간 풀지 못한 미스터리 분자였다. 뇌의 다른 지방 분해에 관여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어떻게 파괴되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인간 세포 및 동물 모델은 물론 실험실 분석을 통해 BMP를 생성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미국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의 연구원이기도 한 토비아스 월터 연구원은 “BMP는 분해의 보조 인자이지만 그 자체로 매우 안정적이며 특이한 화학 물질을 가지고 있다”며 “그 결과 아무도 이 분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월터 연구원은 BMP의 비밀을 ‘오른손잡이냐 왼손잡이냐’에 비유해 설명했다. 대부분의 지질과 인지질은 거의 항상 ‘R’(오른손잡이를 뜻하는 Right handed의 약자) 패턴이지만 BMP는 희귀한 반대 형태인 ‘S'(왼손잡이를 뜻하는 Southpaw의 약자) 패턴으로 돼 있다는 것. 이로 인해 다른 모든 지질(R)이 파괴될 때 BMP는 리소좀에서 안정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 BMP는 어떻게 S패턴을 유지하는 것일까? 논문의 주저자인 SKI의 슈밤 싱 박사후 연구원은 “분자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며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질 생화학의 모든 것은 글리세롤 3-인산염이라는 하나의 분자에서 시작되며 이는 R”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단계에서 R을 S로, 즉 오른손에서 외손으로 변화가 일어날까? 연구진은 인간 세포가 S 형태의 BMP를 만들기 위해 두 개의 서로 다른 분자 사이에서 글리세롤을 맞바꾸거나 교환하는’트랜스포스파티딜화(transphosphatidylation)’라는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했다. 그런 다음 지질과 상호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효소의 단백질 서열을 살펴보고 인지질분해효소D(PLD)에 주목했고 일련의 실험을 통해 그 중에서도 PLD3와 PLD4가 BMP 형성을 촉매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 PLD3 또는 PLD4 발현을 증가시키면 BMP 수치가 증가했고, PLD3나 PLD4의 활성화를 막는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BMP 수치가 낮아졌다. 흥미롭게도 희귀 신경 퇴행성 질환인 ‘척추 소뇌 운동실조증 46유형’을 유발하거나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PLD3 돌연변이는 BMP 합성도 감소시킨다. 생쥐를 대상으로 PLD3를 녹아웃시킨 경우에도 뇌 지질에서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코넬대의 제레미 배스킨 교수(세포생물학)는 “PLD3와 PLD4가 BMP를 생성한다는 논문의 발견은 BMP 퍼즐의 중요한 부분을 채우고 있으며, 이들 효소는 우아한 방식으로 분자의 일부가 입체화학 또는 잘 쓰는 손의 반전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는 인지질분해효소D군의 다른 구성체와 달리 그 기능을 제대로 몰랐던 PLD3와 PLD4에 대한 이해가 확대됐다고 부연했다. 구체적으로 PLD3와 PLD4가 핵산만 분해한다 여겼는데 지금은 지질을 형성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

연구진은 BMP 합성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전두측두엽 치매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다른 신경 퇴행성 질환에서 지질의 역할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발견이 이들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24)01094-8?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092867424010948%3Fshowall%3Dtru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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