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HSS와 부민병원은 매뉴얼이 통한다
서울부민병원 정재훈 관절센터장이 본 정형외과 세계 1위, 뉴욕 HSS병원
“매년 부민병원 의료진이 뉴욕으로 연수를 갑니다.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에서 정형외과 의사가 한국으로 올 때도 있죠. 그와 별도로 연간 두 차례는 꼭 온라인 화상 콘퍼런스를 통해 최신 수술법과 환자 케이스를 공유하고 있어요."
미국 뉴욕 맨해튼. 이스트강(East River) 옆으로 우뚝우뚝 솟아 오른 빌딩 숲 사이에 특별한 건물 이 하나 있다. 세계 최고 병원으로 꼽히는, 바로 그 병원 HSS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매년 발표하는 병원 평가(‘The World’s Best Hospitals’)에 계속 선정됐다. 특히 정형외과(Orthopedics) 전문병원 부문에선 15년 연속 1위다. 메이요클리닉(2위), 존스홉킨스병원(3위). 클리블랜드클리닉(6위), 그리고 MGH(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7위)도 따돌린 지 오래다.
뉴욕 HSS병원, 뉴스위크 ‘세계 최고 병원’ 평가에 15년 연속 정형외과 1위
손과 발, 팔과 다리, 고관절, 척추에 이르기까지 뼈 치료와 류마티스 치료를 전문으로 한다. 맨해튼 본원만 해도 250 병상에 정형외과 의사가 180명이 넘는다. 40개 수술실(OR, Operational Room)에서 하루 평균 120~130건, 많게는 200건씩 수술한다.
그 HSS가 부민병원그룹(이사장 정흥태)과 동반자 관계(Global Alliance)를 맺고 있다. 2015년부터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처음이었다.
아시아에서 처음, 한국 부민병원과 글로벌 얼라이언스 체결
그러면서 HSS의 오랜 노하우가 녹아 있는 관절치료 임상 표준화 프로그램인 CP(Critical Pathway)를 도입했다. 일종의 관절 수술 매뉴얼이다.
어떤 의사가 환자를 맡더라도 이 매뉴얼을 통해 표준화된 임상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한 것. 수술하기 전 준비부터 수술 과정, 그리고 재활 및 후속 예후 관리까지 전체 프로세스가 이 CP 안에 다 녹아 있다.
지난 9월, 올해도 정재훈 관절센터장 등 부민병원 의료진이 다시 HSS를 찾았다.
- 이번에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어떤 것들이었나?
“여러가지 많았지만, 40개 수술방에 필요한 수술 도구와 비품들 공급하는 중앙공급실(CSR, Central Supply Room), 그리고 수술실(OR)이 인상적이었다. HSS의 CSR은 효율적이면서도 관리가 철저하다. 수술 전후 감염을 줄이기 위해 아주 엄격한 소독 프로토콜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수술 의사(Surgeon) 별로도 맞춤 기구가, 환자(Patient)별로도 맞춤 기구가 따로 갖춰져 있다는 것이 특별했다. 고객 만족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한 세심한 배려로 보였다.”
- HSS는 수술 많이 하기로 유명한 병원이다.
“수술실(OR)에도 환자가 들어오긴 전부터 진료 내용과 영상 검사 정보들이 모니터에 자세히 나타났다. 집도의가 구분해 살펴보기 쉽도록 PACS 모니터 따로, 수술정보 모니터 따로였다. 화이트 보드에 환자 상태를 손으로 쓰는 우리나라 수술실 광경과는 달랐다. 또 감염 관리도 철저했다. 수술을 진행하며 수시로 찍어보는 엑스레이(C-arm X-ray) 모니터의 뒤쪽에도 감염 방지 커버가 씌워져 있었다. 특수 제작된 비닐 커버였다. 수술실에서 사용되는 재료 하나하나조차 환자의 안전을 위한다고 느껴졌다.”
-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가고 난 후 보호자들 위한 서비스는?
“보호자 대기실도 수술실과 정보가 실시간 공유되고 있었다. 벽면 대형 모니터엔 현재 수술방의 현재 상황이 실시간 뜬다. 환자가 수술방 대기할 때부터, 수술 받는 중인지, 또 회복실로 이동했는지 등등. 수술 현황판에 제공되는 정보다 아주 자세하다. 또 환자 정보는 모두 실명(實名) 대신 접수할 때 받은 등록번호로 나타나 개인정보도 관리된다.”
누가 수술해도 똑같은, 최고 결과 나온다면
- HSS의 CP 프로그램은 어땠나?
“HSS는 하루 200건 이상 수술하는데, 인공관절 수술 환자들이 수술 후 하루 이틀 만에 걸어서 퇴원한다. 이러한 노하우를 가진 HSS를 본받기 위해 2016년부터 부민병원 의료진이 연 1~2회 방문해 2~3주씩 상주하면서 수술 노하우와 함께 입원부터 퇴원까지 모든 치료과정을 담은 CP를 배우고 온다. 부민병원은 또 HSS와 CP를 비교하면서 매년 업그레이드해 나가고 있다.”
- 서울과 부산의 부민병원에서는 이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나?
“의료 표준화를 위해 ‘수술 전 어떤 검사를 하고, 수술 중 어떤 기구를 쓰고, 수술 후엔 어떤 약을 얼마나 투여하고, 퇴원한 다음엔 어떤 약을 처방하고' 등등 일련의 과정을 매뉴얼화한다. 병원 내부 CP위원회에서 해당 매뉴얼을 검토 및 승인하고 있다. 표준화를 통해 누가 수술을 하더라도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이러한 결과가 쌓여가며 좋은 병원이 된다고 본다.”
- CP 시스템 구축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다면?
“표준화된 CP가 생기면 수술, 간호, 재활 등 모든 영역에서 같은 수준의 지표가 마련되고 그 지표를 바탕으로 하면 수술 결과 또한 의사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표준화된 CP가 부민병원의 경쟁력이다. 사실 CP는 하루아침에 구축되지 않는다. HSS의 CP 시스템을 우리 사정에 맞게 정착시키면서 수준을 높여 나가고 있다. 이 매뉴얼 안에서 진료하면 의료진 전반의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외래 진료 시스템도 우리나라 병원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들었다.
"외래진료실(OPD)이 본관과 약 10분 정도 떨어진 별도 건물에 따로 있어서 조금 놀랐다. 외래와 수술을 구분하는 ‘투 트랙’(two track)으로 운영한다는 것인데, 외래진료실에선 8개 검사실에서 수술 이전에 해야 할 각종 검사를 먼저 마무리한다. 담당 의사가 환자에게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수술 이후 진행할 재활 보조기부터 언제 다시 걷게 되는지, 재활치료 담당 재활기사까지 소개한다."
"수술 결과도 중요하지만 환자 대하는 병원과 의료진 자세도 중요"
- 서울부민병원에서 소아정형 진료도 맡고 있는데, HSS에선 어떻게 운용하고 있나?
"소아정형외과는 환자의 질병뿐만 아니라 그 부모까지도 상대해야 하는 정형외과 분야 중에서는 매우 특수한 분야다. 그래서 HSS는 소아 입원 병동 곳곳에 환아와 보호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여러 그림과 데코레이션으로 세팅을 해 놓았다. 수술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환아를 대하는 병원과 의료진 자세에서 환자 만족도가 크게 달라진다."
- 그러면 부모나 보호자도 안심이 되겠다.
"또 특이한 것은 소아 정형 파트는 어른 정형 파트와 달리 외래와 입원실이 한 공간에 함께 배치돼 있었다. 심지어 입원실 안에 재활치료 설비까지 같이 있었다. 환아와 보호자가 한 곳에서 필요한 것을 다 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또 다인실(多人室)이라 하더라도 개인 공간은 잘 분리되도록 공간 설계를 한 것도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