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열지 않고도 DNA 염기서열과 단백질 추적 가능"

온전한 상태의 염색체와 단백질 관찰 가능한 현미경 기술 개발돼

새로운 현미경 기술을 적용해 촬영한 온전한 세포의 핵에 있는 서로 염색체를 형형색색의 색깔로 형상화한 이미지. [사진=Ajay Labade, Zachary Chiang, Caroline Comenho 및 Jason Buenrostro]
세포를 열어 내용물을 추출하지 않고도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고해상도로 단백질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는 강력한 현미경 기술이 개발됐다. 최근 생물학논문 사전인쇄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온전한 세포 내부의 DNA와 단백질을 이미지화할 경우 이러한 분자들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에 대한 중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연구진은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한 논문에서 노화가 핵의 단백질이 염색체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이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신체의 노화와 더불어 이러한 핵 단백질의 변화가 유전자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논문을 검토한 호주 가반의학연구소의 암 생물학자 안쿠르 샤르마 연구원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X에서 “매우 특별한 논문”이라며 암세포 연구에도 “경이로운” 해당 기술을 사용하고 싶다고 찬사를 보냈다.

‘온전 상태 팽창 염기서열 분석(expansion in situ genome sequencing)’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DNA가 어떻게 단백질에 감겨 세포의 핵에 채워지는지,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유전자의 위치가 어떻게 세포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데 특히 유용할 수 있다. 연구책임자로 하버드대와 MIT가 공동 설립한 유전자연구기관 브로드연구소의 제이슨 부엔로스트로 박사(유전학)는 DNA를 “5마이크론 크기의 세포 핵 안에 압축되고 정리돼야 하는 선형 정보 문자열”아라고 하다면 “그것이 어떻게 접히느냐에 많은 정보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보를 추출하기 위해 연구진은 이전에 보고된 두 가지 방법을 혼합했다. 하나는 세포에 DNA를 복사하기 위한 특수 효소와 함께 형광 태그가 부착된 DNA 구성 요소를 한 가닥씩 공급해 성장하는 DNA 가닥에 통합시키는 것이다. 형광 태그가 추가되는 순서를 판독함으로써 게놈 조각의 서열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진은 오랫동안 단백질에 태그를 붙여 위치를 추적하는 이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광학 현미경의 해상도는 빛의 파장에 의해 제한되기 때문에 형광 태그가 붙은 DNA 가닥이나 서로 매우 가까이 있는 단백질을 구별하기가 어렵다. 핵의 좁은 공간에서는 특히 문제가 된다.

그래서 연구진은 ‘팽창 현미경검사(expansion microscopy)라는 또 다른 방법을 추가했다. 이 기술은 일회용 기저귀의 충전재처럼 세포에 침투했다가 물을 흡수하면 부풀어 오르는 젤을 사용한다. 젤이 팽창하면서 분자를 더 멀리 밀어내어 한 단백질 분자를 서로 쉽게 구별할 수 있게 해준다.

연구진은 이 두 가지 방법을 결합해 조기 노화를 초래하는 유전질환인 허친슨-길포드 조로증후군(HGPS) 환자의 세포에서 단백질과 유전자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할 수 있었다. HGPS는 일반적으로 세포 핵 주변에서 발견되는 라민이라는 단백질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연구진은 HGPS환자에게서 이러한 비정상적인 라민이 핵 내부로 침입해 염색체의 일반적인 배열을 변경하고 유전자 활동을 억제한다는 종전 결과를 확인했다. 조로증이 없는 92세 기증자의 피부 세포에서도 유사한 이상현상을 발견했다.

온전 상태 팽창 염기서열 분석은 개별 세포에서 점점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해주는 일련의 방법 중 가장 최신 방법이다. 이들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포 내 거의 모든 단백질이나 대사산물을 검출할 수 있는 접근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벨기에 루뱅대의 티에리 보에 교수(유전학) 연구진은 발달 중인 배아세포가 서로 다른 염색체 수를 갖는 것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에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호주의 ‘월터 앤드 엘리자 홀 의학연구소’의 현미경 연구가인 켈리 로저스는 이 기술은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연구자는 얼마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프로토콜이 간소화돼 심지어 상용화도 가능할 것이라며 “이제 우리가 달성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4.09.24.614614v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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