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유료화, 필요한 것인가?

[박창범 닥터To닥터]

119 구급차 유료화는 여러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119에 구급차를 요청하고 이용할 때 이용비용을 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 119를 이용하는 상당수의 환자가 경증환자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2022년 응급의료기관을 찾는 전체 환자 769만 명 중에서 비응급 및 경증환자 비율이 53.4%이었고 중증환자 비율은 6.1%에 불과하였다. 이렇게 비응급 혹은 경증환자가 119 구급차를 이용하면서 정작 119 구급차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환자들이 119 구급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과밀화와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 119 구급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119구급차 유료화를 주장하였다. 다만 중증환자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구급차사용료를 경감하거나 무료로 하고, 병원과 병원간 이송에서도 119 구급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참고로 미국이나 캐나다는 구급차나 구급헬기를 이용하면 이동거리에 따라 적게는 수백달러에서 많게는 수천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119 구급차 유료화는 여러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119 구급차 유료화에 대한 찬반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은 논외로 하고 실무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119구급차 이용에 요금을 부과한다면 얼마나 부과해야 할지 여부이다. 만약 최소한의 비용을 부과한다는 명목으로 한 번 사용에 1-2만원 정도로 낮게 책정한다면 이 정도 가격은 현재 사설구급차 요금(기본요금이 7만 5천원, 이송거리 10km 초과하는 경우 추가요금 발생) 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이전에 사설구급차를 사용하던 사람들도 119 구급차를 부를 것으로 119 구급차유료화로 환자 이송 수요가 감소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10만원 이상 높게 요금을 부과한다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의료급여, 장애인, 독거노인 등 실제 119 구급차의 도움이 필요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들이 119 구급차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중상류층은 더 많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영리한 보험회사는 1년에 119 구급차 OO회 이용가능이라는 특약서비스를 만들고 이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보험료를 높이고, 이러한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만 119 구급차를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119구급차라는 공공서비스의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둘째, 어떻게 요금을 징수하는 가도 문제이다. 119 대원들이 카드리더기를 가지고 다니고 다니는 것은 왠지 어색하다. 주소지로 요금고지서를 발송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주소나 인적사항이 불분명하거나 다른 경우 요금고지서를 어디에 발송해야 할지 애매하다. 만약 길거리나 산과 같은 곳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한 신원미상의 환자에게 119 구급차 어떻게 요금을 징수할 지도 애매하다.

셋째, 실제 119 구급차 이용요금을 징수하게 되면 이에 따른 책임도 커질 것이다. 유료화를 하는 순간 119 구급대원의 모든 응급처치와 이송서비스는 가치판단의 대상이 된다. 요금을 받지 않는 지금은 서비스가 다소 부족하거나 환자나 보호자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하지만 요금을 받는 순간 119 구급차 사용과 관련된 처치와 이송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늦게 도착하거나, 응급처치가 부적절하거나 시행해야 할 처치를 못했거나, 병원으로 재이송이나 이송을 변경하는 경우 환자나 보호자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발생한다. 실제 119 구급차에 대한 요금을 부과하는 미국의 경우 응급처치를 잘못한 구급대원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의 소송을 걸거나 잘못이 인정되면 해고되기도 한다.

정부는 119 구급차 유료화가 서비스 과용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범정부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와 유사한 의료환경을 가진 일본의 경우 일부 지자체에서 구급차를 이용하였지만 입원을 하지 않는 경우 약 7만원을 징수하기로 하여 이슈가 되었다. 해당 지자체는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고령화로 인하여 구급차 출동건수가 크게 늘어나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고안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우리나라도 곧 유사한 상황에 닥칠 가능성이 높다. 한정된 의료자원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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