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 수술의 복잡계, ‘고관절’ 수술하는 의사들
13일 서울에서 아시아학회(ASHA) 심포지엄 여는 하용찬 학회장
정형외과 의사들조차도 쉽지 않다며 손을 내젓는 ‘고관절 수술’. 다른 관절과 달리 엉덩이뼈는 기본적으로 덩치도 크고, 또 주변이 복잡하다. 게다가 몸 깊숙이 있어 수술하려 해도 맞닥뜨려야 할 변수가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복부와 하체를 이어주는 곳. 신경조직과 혈관조직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수술의 난도(難度) 역시 높다. 다른 관절, 예를 들어 무릎, 어깨, 심지어 목, 척추까지 관절경을 이용한 수술이 널리 보편화됐지만, 유독 고관절 관절경 수술 증례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걸 전문으로 하는 아시아 의사들이 13일, 서울에 대거 모인다. 이날 서울부민병원(미래의학센터)에서 ASHA(Asia Hip Arthroscopy Society, 아시아고관절관절경학회) 제5차 총회에다 심포지움이 함께 열리기 때문.
아시아 11개국 의사들이 두루 참가한다. 현재 고관절 관절경 수술은 한중일(韓中日) 3국이 주도하고, 그 뒤를 동남아 여러 나라와 인도 등이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그 발전 속도는 빠르다. 올해 ASHA 학회장이기도 한 하용찬 서울 부민병원장은 4일 “이번 심포지엄엔 바로 그런 각국의 동향을 중요하게 다룬다”며 “아시아 나라별로 관절경을 이용한 고관절 수술의 변천, 발전 상황과 그 특징들을 비교해보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 했다.
예를 들어 일본은 1980년대 후반, 상대적으로 빨리 고관절 관절경 수술을 도입했다. 정밀수술, 학술연구, 전문의 교육 등에 강점이 있다. 중국은 조금 늦은 2000년대 들어 시작됐지만, 대형 전문병원들과 정부의 적극 지원으로 수술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그에 비해 1990년대부터 시작한 우리나라는 다른 정형외과 분야와 동반 발전해왔고, 많은 전문의가 해외 연수와 연구를 통해 최신 기술을 습득해온 것이 특징. 또 고관절 관련 수술에 특화된 병원들도 여럿 있고, 수술 후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까지 잘 갖춰진 것이 특별한 강점.
그 외에 타이베이(臺灣), 인도네시아, 인도, 싱가포르 등의 고관절 관절경 수술 시장의 흐름도 짚어본다. 특히 인도의 경우, 대도시 중심으로 고급 시장이 형성되면서 고관절에 특화한 전문 클리닉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나라별로는 제도 변화도 뒤따른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선 올해부터 복강경, 흉강경, 관절경 수술의 건강보험 수가가 올랐다. 관절경 수술을 받는 환자들 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전 세계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77억2천만 달러(약 10조6530억 원)였던 시장 규모가 10년 후, 2032년엔 115억9천만 달러(약 15조9942억 원)까지 커질(Fortune Business Insights)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와도 닿아있다.
물론, 고관절 관절경도 수술로봇처럼 미국 제품들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게 한계라면 한계다. 아직까진 스트라이커(Stryker), 짐머바이오네트(Zimmer Bionet), 존슨앤존스(Johnson & Johnson) 등이 ‘톱(top)3’다, 즉, 아시아권은 여기서도 ‘소비 시장’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엔 공 모양의 엉덩뼈 소켓 부분을 일컫는 ‘대퇴비구 충돌증후군’(FAI)은 물론 ‘최적의 고관절 내시경 검사’ ‘고관절 이형성증’ 등 조기 치료가 필요한, 중요한 고관절 질환에 대한 임상 팁(tip)과 그에 맞는 수술법들도 등장한다.
하 학회장은 “해당 질환 분야에서 큰 성과를 보여온 최고 전문가들 사례를 통해 그들이 맞닥뜨린 도전과 그 해결 방법들을 공유하려 한다”면서 “이런 노하우를 축적해가며 젊은 의사, 연구자들과도 폭넓게 교류, ASHA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정형외과 학회의 하나로 견실하게 성장하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했다.
- 세계의 정형외과 의사들이 고관절 관절경 수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관절 질환에 대한 이해가 커지고, MRI 등 진단기구의 발달, 그리고 관절경 수술에 적합한 새로운 술기와 기구의 개발은 해당 수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이를 통해 고관절 충돌 증후군, 비구순 파열, 연골 손상, 활액막염, 세균성 관절염 등 고관절 내부에 문제가 있을 때 관절경 수술만으로도 성공적인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 환자들에겐 어떤 유리한 점이 있나?
“이 수술은 5~6mm 정도의 작은 구멍을 3~4곳에 낸 후 여기에 관절경과 특수 기구를 넣어 수술한다. 그래서 기존 수술보다 상처 크기가 작고, 주변 근육을 절개하거나 관절낭을 절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후유증도 줄어든다. 심지어 수술 직후에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고 회복도 빠르다.”
- 이번 제5차 ASHA 총회는 어떤 의제를 다루나?
“아시아 각 나라의 Hip Arthroscopy Surgery(고관절관절경수술) & Hip Preservation Surgery(고관절보존수술)에 대한 최근 경향과 최신 지견, 임상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심포지엄 초청 인사말을 통해 “(고관절 관절경 수술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했다. 어떤 점에서 그렇다는 것인가?
“무엇보다 한국의 병원은 최신 의료기술과 장비를 갖추고 있어 고관절 관절경 수술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특히 고관절 관절경 수술을 포함한 다양한 정형외과 술기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다.”
- 이번 ASHA 심포지엄에선 ‘아시아 각국의 고관절 관절경 수술의 변천 비교’ 외에 ‘대퇴비구 충돌 증후군’(FAI)도 중요 주제로 내세운 이유가 있을 텐데?
“대퇴비구 충돌증후군(Femoroacetabular Impingement, FAI)은 고관절의 비정상적인 접촉으로 인해 발생하는 병리적 상태다. 이는 고관절의 대퇴골두와 비구(골반의 소켓 부분) 사이의 비정상적인 충돌로 인해 연골이나 주위 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말하는데 주로 젊고 활동적인 성인에게서 발생한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고관절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만성적 고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어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다른 세션, ‘최적의 고관절 내시경 검사’, ‘고관절 이형성증’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양한 위치에서의 접근을 통한 고관절 질환의 내시경 검사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또 고관절 이형성증은 선천적인 또는 점진적인 비구의 발육 부진으로 인해, 고관절 내 공 모양의 넓적다리뼈 머리가 부분적으로 빠져있는 질환. 이 또한 조기에 교정되지 않으면 평생 장애를 갖고 살거나 골관절염 등이 일찍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