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가려운 이유…박테리아가 침투했다?
혈액 응고 돕는 항응고제가 가려움증 완화 시켜 줘
가려움증은 다양한 피부 질환의 흔한 증상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습진과 같은 피부 질환이 있는 사람의 지속적인 가려움증이 염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려움증이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학술지 《셀(Cell)》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가려움증은 피부에서 흔히 발견되는 무해한 박테리아인 황색포도상구균이 피부 세포에 침입해 긁고 싶은 충동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쥐를 황색포도상구균에 노출시킨 결과 쥐의 극심한 가려움증이 며칠에 걸쳐 악화돼 피부 손상을 초래했다.
연구진은 어떤 효소가 가려움증을 유발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버전의 황색 포도상구균 미생물을 변형했다. 박테리아는 일반적으로 피부에 침입해 10가지 다른 효소를 방출한다.
연구진은 “V8이라고 불리는 효소가 분자 가위처럼 작동해 피부 뉴런을 구성하는 PAR1 단백질의 일부를 잘라낸다”며 “이로 인해 PAR1이 피부 뉴런을 통해 뇌까지 신호를 방출함으로써 긁고 싶은 충동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건강한 참가자 14명과 18~58세의 습진 환자 13명의 양쪽 팔 피부를 면봉으로 채취한 결과 습진 환자의 피부 면봉에서 V8 효소의 수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습진이나 기타 알레르기와 같은 피부 질환에서 활성화되는 염증성 백혈구가 가려움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PAR1 단백질은 혈액 응고에도 중요한 역할을 함에 따라 연구진은 항응고제를 사용하면 이러한 과정이 일어나지 않아 가려움증이 없어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실제 가려움증을 겪고 있는 항응고제를 투여하자 가려움증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만성 질환인 아토피 피부염(습진)을 앓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황색포도상구균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가려움증 메커니즘을 확인했다”며 “가려움증이 미생물 자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쥐의 가려움증을 만족시킨 항응고제가 사람의 불편한 증상을 치료하는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