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아니었다? '검투사 포진', 국내 첫 감염
같은 학교 15세 레슬링 선수 2명에게서 발병
15세 레슬링 선수 2명이 ‘검투사 포진’(Herpes gladiatorum) 판정을 받았다. 주로 해외 운동 선수들에게서 발병하는 검투사 포진의 첫 국내 발병 사례다.
충북대병원 소아과 의료진에 따르면 첫 번째 환자는 내원 당시 오른쪽 얼굴과 귓바퀴 부위에 집중적으로 물집이 올라온 상태였다. 이에 의료진들은 신경절을 따라 띠 모양을 물집이 잡히는 대상포진으로 오인했다.
첫 번째 환자가 퇴원한 지 일주일 뒤 또 다른 레슬링 선수가 비슷한 증상으로 입원했다. 그러나 두 번째 환자는 오른쪽 팔부터 얼굴, 목, 입술로 물집이 퍼져있어 대상포진과는 증상이 달랐다. 이에 의료진은 추가적인 정밀 검사를 진행했고 두 선수 모두 '검투사 포진'인 것으로 밝혀졌다.
두 선수는 같은 학교 학생으로 발병 전 몇 달간 함께 레슬링 훈련을 받았으며, 매일 최소 3분 이상 경기를 치르며 피부 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같은 팀의 다른 선수들에게서도 유사한 병변이 나타났다.
'검투사 포진'은 헤르페스 계열의 단순포진 바이러스 1형(HSV-1)에 의한 감염으로 나타난다. 주로 레슬링과 같이 피부 접촉이 빈번한 격투기 스포츠 선수들에게 발병한다. 질환명에 검투사란 단어가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며 선수들의 얼굴, 귀, 손 등에 수포 같은 피부 병변을 일으킨다.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증상이 가볍거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심한 경우 바이러스가 눈이나 뇌를 침범해 실명에 이르거나 뇌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치료는 항바이러스제 투여로 이뤄지며, 첫 증상이 나타난 시점부터 병변이 완전히 치유될 때까지 전염력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의료진은 "레슬링 선수들이 시합 중 머리와 목이 서로 고정된 그래플링 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피부가 맞닿는 한쪽 측면에 국한돼 피부 병변이 나타날 수 있다"라며 "이런 피부 병변의 편측성 탓에 대상포진과 구분이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짓수나 종합격투기 등 가까이서 겨루는 격투스포츠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검투사 포진의 발병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충북대병원 소아과 의료진은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호를 통해 위와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