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부작용, 어떻게 자폐스펙트럼 일으키나?
국내 연구팀 분자 메커니즘 규명
약물 노출이 자폐스펙트럼 발생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가 밝혀졌다. 고려대 보건과학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안준용 교수팀, 건국대 의대 신찬영 교수팀, 서울대 의대 이용석 교수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김민식 교수팀은 질환의 발생 요인을 규명하는 다중오믹스(Multi-Omics) 기술을 활용해 발프로산 노출과 자폐스펙트럼의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흔히 자폐증으로 불리는 자폐스펙트럼은 사회적인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능력이 손상되거나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행동을 보이는 발달장애다. 유병률은 3% 정도이며, 원인은 다양하다. 여러 가지 유전 요인을 비롯해 임신 중 감염, 의약품 복용 등 다양한 환경적 요소들이 관여한다.
앞서 건국대 신찬영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양극성 우울장애와 뇌전증과 같은 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의약품인 발프로산이 임산부에게 노출되면 자녀의 자폐스펙트럼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발프로산 노출이 자폐스펙트럼 발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다중오믹스 기술을 바탕으로 발프로산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자폐를 앓는 생쥐 모델의 전전두엽에서 ‘Rnf146’ 유전자 발현이 늘어나는 것과 윈트/베타 카테닌 신호전달경로(Wnt/β-catenin signaling pathway)의 연관성을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Rnf146 유전자 발현과 사회성이 떨어지는 생쥐의 행동양식을 관찰했으며, 해당 생쥐의 활성 뉴런이 자폐스펙트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Rnf146 발현된 쥐에서는 자폐성 행동양식이 나타났으며, 이 생쥐 모델의 전두엽에서는 흥분성과 억제성 신경전달 사이의 균형이 깨져 있음이 발견했다.
한편, 다중오믹스 분석은 인간의 유전체를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통해 총체적이고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활용할 경우 유전자와 유전자의 발현 등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환경의 임상적 영향을 반영해 질병이 발병할지 여부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체(Genome), 전사체(Transcriptome), 단백체(Proteome), 대사체(Metabolome), 후성유전체(Epigenome), 지질체(Lipodome) 등 세포 내 분자 수준의 다수의 오믹스(~체)를 분석하기 때문에 단일 오믹스를 분석한 결과보다 정보가 풍부하고 다층적이고 입체적 진단과 맞춤형 치료, 선제 예방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생명 분야 국제학술지 《실험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