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여성에게 점점 더 많아지는 이유는?

'글로벌 헬스케어 위크' 특별코너 ①광혜병원 손춘희 과장(호흡기내과)

폐암은 사망률 1위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렇다. 게다가 증가 그래프도 우상향. 2019년엔 36.2%까지 치솟았다.

고치기도 어렵다. 발견했을 때 이미 3, 4기에 이르러 수술 시기를 놓쳐버린 경우가 많다. 같은 폐암이라도 종류가 많다. 원인도 다르고, 진행속도나 성격도 다르다. 수술했다 해도 재발도 잘 된다. 무섭고, 골치까지 아픈 병이다.

그에 따라 약도 다양해졌지만, 자신에게 딱 맞는 표적항암제가 아직 없을 수 있다. 있다 해도 약값이 너무 비싸거나….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폐암의 제1 원인은 담배다. 80%, 많게는 85%에 이른다. 간접흡연까지 고려하면 단연코 1위다. 남자, 여자 가리지 않는다. 담배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무려 15배나 높다. 게다가 담배 피우는 여자는 폐암으로 갈 확률이 남자보다 더 높다. 흡연량과 기간에 비례한다.

또 우리 동아시아 폐암은 서구와도 약간 다르다. 상대적으로 ‘비(非)흡연’ 폐암이 많다. 그중에서도 여성 환자가 많다. 흡연 폐암에서도, 비흡연 폐암에서도 여성 환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이유다. 남자 암으론 1위, 여자도 5위까지 올라왔다.

왜 그럴까?

국립암센터 2016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폐암 환자 중 35%가 여성이었다. 문제는 그들의 87.8%가 흡연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전에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경우도 많다. 미스터리에 가깝다.

가족력 등 유전적 요소가 있다고도 하고, 건축에 쓰는 석면이나 라돈 때문이라고도 한다. 환기 잘 안 되는 곳에서 화석연료나 식용유 써서 요리를 오래 해온 것을 이유로 꼽기도 한다. ‘조리매연’이다.

최근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매년 봄마다 불어오는 황사나 미세먼지도 중요한 원인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래서 “요리할 때도, 외출할 때도 늘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나”라는 얘기도 나온다.

오랫동안 연구와 임상 사례가 축적된 흡연 폐암보다 최근 의료계가 비흡연 폐암과 여성 폐암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는 대부분의 비흡연 폐암이 자연적 과정에 따른 유전자 돌연변이 축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치료 관점에서 보면, 비흡연 폐암은 그나마 조금 다행스러운 측면이 있다. 선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76.3%(2013년)나 된다. 부산 광혜병원 손춘희 과장(호흡기내과)은 “종양이 자라고, 전이되어도 악화하는 속도가 느린 종류가 많다”고 했다.

손춘희 광혜병원 과장(호흡기내과). [사진=광혜병원]

비흡연 폐암은 선암 비율 압도적으로 높아

“암 발생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 종류가 적고, 그 돌연변이 부위에만 작용해서 부작용이 적지만 효과는 좋은 ‘표적 치료 항암제’가 잘 듣는다”고도 했다. 비흡연 폐암의 절반 정도가 그렇다. 다른 폐암보다 오래 살 확률이 높다는 것.

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 1~4기로 병기를 나누면, 비흡연 폐암은 1~2기가 40.8%였다가 3기가 8.1%로 떨어지지만, 4기가 다시 45.2%로 확 높아진다. 조기 발병 비율도 높지만, 말기 발병 비율도 높다는 얘기다.

다른 말로는 아예 일찍 발견하거나, 아니면 너무 늦게 알게 된다는 것인데 이처럼 폐암은 발견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사람 운명이 갈라진다.

우리나라는 55~74세, 하루 1갑 30년 이상 흡연자에겐 1년에 한 번씩 흉부 CT 촬영을 권고한다. 매년 상황을 체크해보자는 것이다.

매년 하자니, 이번엔 방사선 피폭량이 문제다. 그래서 저선량 CT로 한다. 저선량 CT는 일반 흉부 CT보다 방사선 피폭량이 10~20%에 불과하다.

하지만 비흡연자에겐 CT 촬영을 의료보험 급여로 해주지 않는다. 흉부 CT가 비흡연자에서는 폐암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아직 나온 게 없다.

실제 2021년 세계폐암학회는 “비흡연자 폐암 환자 발생이 높은 동아시아 지역이라 할지라도 흡연자 폐암처럼 연례 흉부 CT 검진을 권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비흡연자 폐암은 암이 자라는 속도가 느린 만큼 반드시 1년에 한 번 검진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대목이다.

문제는 크기가 1cm 미만 결절이 발견됐을 때다

아무런 증상도 없지만,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다.

이럴 때 병원은 확진을 위한 추적 관찰을 권유한다. 또 3~6개월 간격으로 CT 촬영을 하고, 그 사이 사이에 바늘로 하는 세침(細針)생검이나 수술로 결절을 제거하는 개흉(開胸)생검을 하게 된다. 조직검사로 상태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다.

그러는 동안에도 당사자가 겪는 심리적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진다. 의료비도 늘어난다. 손춘희 과장은 “비흡연자 모두에게 폐암 검진을 받으라고 권유할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다행히 우리나라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가장 효율적인 진단법을 연구하고 있다. 어떤 위험인자가 비흡연 폐암을 몰고 오는지, 몇 년 간격으로 저선량 흉부 CT를 찍어보는 게 적절한지 등.

비흡연 폐암은 지금도 증가하는 추세다. 나이 들수록 위험인자들도 계속 축적된다. 지금은 끊었다 해도 이전에 갖고 있던 흡연 경력이 신체 노화와 결합하는 것이다. 다만, 조기에 발견할 수만 있다면 수술이나 항암치료로 완치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기오염 등 외부 환경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 2~3년 주기로 저선량 검진을 받아보는 게 도움이 되는 이유다. COPD(만성폐쇄성 폐질환)나 폐섬유화증 등 다른 폐질환이 있거나, 폐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 거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예방에 힘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에 더해 손춘희 과장은 8월 17~19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 '글로벌 헬스케어 위크'의 "내 건강 지킬 1급 비밀을 찾다" 특별 코너를 통해 폐암에 대한 최신 트렌드를 설명하고, 중장년 여성들 괴롭히는 비흡연 폐암에 대해선 그 예방법까지 자세히 일러줄 예정이다.

특별 코너엔 손 과장 특강까지 모두 12개 강좌가 마련된다. 강좌당 100명 한정으로 15일까지 온라인 사전 신청을 받는다. 사전 신청과 함께 현장 참석한 이들에겐 추첨을 통해 롯데호텔부산 숙박권과 뷔페 식사권 등 호캉스 특별경품도 제공한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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