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등 잦으면 치매?….위험성 4배 커져

유럽 건강기록 45만건 분석...22개 연관성 찾아내

폐렴을 일으키는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알츠하이머에 걸릴 가능성이 4배 더 높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약 45만 개의 건강기록을 분석해보니 독감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뇌질환과 연관된 증거가 대거 발견됐다. 《신경세포(Neuron)》에 발표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알츠하이머병 관련 치매센터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2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이 센터 크리스틴 레빈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바이러스성 질환과 퇴행성 신경질환을 동시에 앓는 경우를 찾아내 분석한 결과 최소 22개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일부 바이러스는 감염 이후 15년까지 뇌 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연구진은 핀란드 의료 데이터베이스인 ‘FinnGen’에서 뇌 질환을 가진 약 3만5000명과 그렇지 않은 약 31만 명의 기록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감염과 뇌 질환 사이에 45개의 중요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이를 영국 바이오뱅크의 10만 명 이상의 기록과 대조해 22개로 간추렸다.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될 수 있는 바이러스성 뇌염과 알츠하이머(혈관성 치매) 사이의 연관성이 주목할만하다. 뇌염이 있는 사람은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약 31배 높았다. 또 폐렴을 일으키는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4배 더 높았다.

캐나다 맥마스터대의 매슈 밀러 교수(바이러스면역학)는 “바이러스 질환과 신경퇴행성 질환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숫자“라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이 알츠하이머 발병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지난해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가 다발성 경화증과 관련이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다. 종전 연구는 오직 하나의 바이러스와 특정한 뇌 질환의 관계만 조사했다.

EBV와 다발성경화증 관련 논문의 저자인 하버드대 T H 챈 공중보건대의 셰틸 보르네빅 교수(역학)와 헤르페스 바이러스와 알츠하이머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노스캐롤라이나대의 크리스틴 펑크 교수(신경면역학)는 이번 연구를 반겼다. 보르네빅 교수는 이번 분석이 의료전문가가 포착할 정도의 심각한 감염만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펑크 교수도 유럽 혈통 사람만 대상으로 했기에 지카 바이러스나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같은 특정 바이러스에 더 많이 노출된 인구가 배제된 점도 지적했다.

이러한 한계가 바이러스 감염이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이어진 것인지 아니면 퇴행성 신경질환이 사람을 감염에 더 취약하게 만든 것인지 여부를 밝혀내기 어렵게 만든다. 바이러스 감염과 뇌 질환 진단 사이에 시간이 지날수록 연관성이 약해진다는 연구진의 발견도 이를 뒷받침한다.

신체는 뇌질환의 증상이 발생하고 진단이 내려지기 몇 년 전에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둘 중 무엇이 무엇을 유발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보르네빅 교수는 밝혔다. 또 다른 가설은 이러한 바이러스 감염이 이미 진행 중이던 신체의 분자 변화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라고 영국 옥스포드대의 코넬리아 판 두인 교수(유전역학)는 말했다.

미래에 바이러스 감염과 뇌 질환 사이의 연관성이 확실히 밝혀진다면 신경 퇴행성 질환의 시작을 지연시킬 수 있는 가시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한 백신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또 여러 유형의 치매가 평균 수명에 가까운 늦은 나이에 진단되기 때문에 임상의가 발병을 불과 2년이라도 연기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치매에 걸리지 않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고 판 두인 교수는 설명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386-022-01523-x)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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