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하는 코 파기, 치매 위험 높인다(연구)
손상된 코 통해 뇌로 세균 침투
손가락으로 코딱지 등을 밖으로 빼내는 행위, 즉 코 파기가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그리피스대 연구팀에 따르면 코 파기는 콧구멍 내부를 손상시켜 박테리아가 혈액으로 스며들어 뇌로 직접 이동하기 때문에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코와 뇌를 연결하는 신경이 클라미디아 폐렴균에 노출됐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실험을 했다. 클라미디아 폐렴균은 사람이 감염됐을 때 폐렴, 인후통, 귀 감염, 부비동염(축농증) 및 기타 부비동 관련 문제를 일으키는 일반적인 세균이다. 클라미디아 폐렴균은 호흡기 비말을 통해 퍼지고 공기를 통해 숙주에서 숙주로 이동한다.
연구팀은 실험쥐의 후각관을 클라미디아 폐렴균에 노출시켰다. 이는 뇌와 코를 이어주는 경로로 외부 세균이 중추 신경계로 들어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매우 치명적인 뇌를 파먹는 아메바도 이 경로를 통해 해를 끼친다.
쥐는 후각 체계가 인간과 비슷하게 기능하고 구조화돼 있다. 신체에는 자연적인 장벽 역할을 하는 코의 털과 점액처럼 박테리아가 뇌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코 파기를 하면 자연 방어 수단 중 일부를 제거하는 꼴이 된다.
연구 결과, 실험쥐의 후각 신경에 주입된 클라미디아 폐렴균은 72 시간 이내에 뇌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테리아가 신체의 중추 신경계에 대한 최종 면역 방어인 혈액뇌관문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감염된 쥐들은 28 일 이내에 뇌에 손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뇌 손상은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발병과 함께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형성됐다.
연구팀은 “박테리아가 뇌에 독소를 형성하도록 촉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의 발생과 관련된 주요 이론 중 하나는 이 플라크의 발달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크 덩어리는 신경 세포와 다른 세포 기능 간의 통신을 방해하거나 차단한다.
연구팀의 제임스 세인트존 교수(환경 및 생물과학대)는 “이번 연구는 클라미디아 폐렴균이 코와 뇌로 직접 들어가 알츠하이머병처럼 보이는 병리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코 내벽을 손상시키면 뇌로 올라갈 수 있는 박테리아의 수를 늘릴 수 있으니 코 파기나 후비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Chlamydia pneumoniae can infect the central nervous system via the olfactory and trigeminal nerves and contributes to Alzheimer’s disease risk)는 자연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