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화과 채소, 살짝 데쳐야 항암에 더 좋다
브로콜리, 양배추 등 십자화과 채소는 대표적인 항암 식품으로 꼽힌다. 꽃잎이 십자 모양인 이 채소에는 콜리플라워, 배추, 무, 겨자 등도 포함한다. 십자화과 채소는 몸에 좋은 식품으로 잘 알려졌지만, 특히 몇몇 암의 예방과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십자화과 채소의 효능을 해외 연구결과들을 중심으로 알아보자.
십자화과 채소는 유방암에 걸린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고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밴더빌트대 연구팀이 유방암 1기부터 4기까지 중국 거주 4886명의 유방암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십자화과 채소 섭취가 암 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한 결과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방암 진단 직후 36개월 동안 십자화과 채소를 섭취한 환자는 사망 위험이 27%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방암 재발 위험 역시 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결과가 미국인 등 다른 국가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다고 했다. 미국인들이 흔히 먹는 브로콜리와 같은 십자화과 채소와 중국인들이 섭취하는 순무, 중국 배추 등의 생물활성 성분(bioactive compound)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여성과 중국 여성이 각각 섭취하는 십자화과 채소량 및 종류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연구결과는 십자화과 채소가 암 예방 뿐 아니라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이 언급한대로 십자화과 채소의 항암 효과를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인종이나 거주지의 생활 여건에 따라 채소의 종류나 섭취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십자화과 채소를 자주 먹었던 사람들의 유방암, 방광암의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십자화과 채소의 항암 효과는 '글루코시놀레이트' 성분에서 나온다.
이 성분은 채소들이 자기 방어를 위해 비축해 둔 화학물질로 톡 쏘는 맛이나 쓴 맛을 낸다. 동물들이 십자화과 채소에 욕심을 낼 때 먹을 기분이 안 들도록 만들어 생존할 수 있다.
양배추나 브로콜리 등에 있는 글루코시놀레이트의 일종인 글루코라파닌은 분해 효소와 작용하면 '설포라판'이라는 물질이 나온다. 설포라판은 암세포에 직접 작용해 세포의 자멸을 유도한다. 유방암 치료에도 도움을 주는 것은 이 같은 기능 때문으로 보인다.
암 환자가 예방법처럼 채소만 섭취하면 힘든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견딜 수 없다. 적절한 양의 육류, 달걀 등을 먹어 단백질을 보충해야 체력을 기를 수 있다. 십자화과 채소를 먹을 때는 생으로 먹거나 최소한의 물과 열을 가해서 요리해야 한다.
십자화과 채소의 글루코시놀레이트 화합물은 물에 넣고 삶게 되면 많은 양이 녹아 없어진다. 뜨거운 물에서 오래 삶게 되면 효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항암 물질인 설포라판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에 약간 데쳐서 먹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