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사람의 예술 취향 예측한다
당신은 클로드 모네의 작품과 같은, 인상주의 회화의 굵은 붓질과 부드러운 색채를 좋아하는가,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 마크 로스코의 대담한 색깔과 추상적 구조를 선호하는가? 아니면 피카소의 입체주의 그림을 좋아하는가?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심리학과 존 오더티 교수팀의 새 연구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개인의 이와 같은 예술작품 선호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개인적이고 직관적, 정서적, 신비적으로 여겨졌던 예술 활동에까지 AI의 손길이 닿은 것이다.
학술지 《네이처 휴먼 행동》 최신호의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아마존의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 ‘메커니컬 터크’를 활용해 1,500여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인상주의, 입체주의, 추상, 색면추상 등의 그림을 평가하게 했다. 자원봉사자들의 답변은 컴퓨터로 보내졌고, 프로그램은 자원봉사자들의 평가를 학습한 뒤 이들의 미술선호를 정확히 예측했다.
이번 연구는 컴퓨터가 사람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라고 분류된 영역에 대해 잘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예술작품을 평가하는지에 대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더티 교수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미적 판단을 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기본적 이미지 특성을 사용하고, 이것들을 결합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떻게 미적 판단 과정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는 첫걸음을 뗀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그림의 시각적 속성을 대조, 포화도, 색채 등의 ‘낮은 수준의 특징’과 인간의 판단이 요구된다든지, 그림이 역동적인지 정적인지 등의 ‘높은 수준의 특징’으로 나누도록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했다. 그러자 컴퓨터는 사람들이 특정한 그림을 좋아할 때 두 수준의 특성을 결합해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추정했고, 이에 따라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다른 그림에 대한 선호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은 인상주의 그림과 같이 실제 사물이 있는 그림을 좋아하거나 로트코의 작품과 같이 화려한 추상화를 좋아하거나 피카소의 입체파 작품과 같이 복잡한 그림을 좋아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첫 번째를 가장 좋아했다.
연구진은 또 비슷한 수준의 정확도로 자원봉사자의 예술 선호를 예측하는 법을 딥러닝 기술인 합성곱신경망(DCNN. deep 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을 통해 학습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DCNN은 기계학습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컴퓨터가 일련의 훈련 이미지를 제공받아 고양이와 개를 구분하는 것처럼 물체를 구분하는 것을 학습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연구에서 선택 사용한 저수준 또는 고수준의 시각적 특징을 포함하지 않으며, 컴퓨터가 스스로 “결정”해서 특징을 분석한다.
이 연구의 또 다른 부분에서는, 연구자들은 이미 예술적 선호에 대한 교육을 받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원봉사자들이 어떤 사진을 좋아할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연구진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수영장, 음식과 다른 장면들의 사진을 보여주었고, 컴퓨터를 통해 참가자들이 어떤 사진을 좋아할지에 대한 선호도를 정확히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