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인공호흡기 뗀 남편 재판 “사전의향서 썼다면..”
중환자실에 있던 아내의 인공호흡기를 떼내 숨지게 한 남편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도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남편(61세)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중이다.
그는 2019년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아내(56)의 인공호흡장치를 손으로 뽑아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심에서 아내가 회생 가능성이 없었고, 아내 스스로 생전에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연명의료 비용도 부담이 됐다며 범행을 인정하면서 집행유예를 호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연명의료결정법을 적용하면 합법적으로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했고, 아내에게 연명의료를 했던 기간이 불과 일주일이었던 점을 들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은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배심원 의견을 존중해 이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인공호흡기 제거 등 연명의료의 중단은 3년 전부터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과정에 있는 말기 환자가 그 대상으로 지난 2018년부터 2월부터 시작됐다. 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연명의료’란 말기 환자가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효과가 없는 의학적 시술로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연명의료 중단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의사표현이 가능하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사전의향서)를 작성하면 된다.
환자가 혼수상태 등으로 인해 의사표현을 할 수 없다면 의사 2인의 확인과 가족 2인 이상의 일관된 진술이 있어야 한다. 사전의향서 작성자는 지난 1월 80만 명을 넘어섰다. 40대도 3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서약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전의향서 없이 말기 환자가 갑자기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면 연명의료 중단 과정에서 큰 갈등을 겪을 수 있다. 환자 가족이 원한다고 해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는 없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법적 요건과 절차에 적합한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첫째, 연명의료 중단의 대상이 되는 환자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여야 한다. 담당의사는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과 함께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 여부를 의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둘째, 19세 이상의 환자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이면서 사전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환자의 평상시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관된 진술과 전문의 1명의 확인이 있다면 환자의 의사로 본다. 셋째, 사전의향서를 쓰지 않고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환자 가족의 전원합의와 담당의사 및 전문의 1명의 확인이 있어야 한다.
미리 사전의향서를 작성해두면 연명의료 여부를 놓고 환자 가족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갈등을 덜 수 있다. 사전의향서는 본인 혼자서 한 번의 판단으로 작성하는 것보다 가족들까지 참여시켜 몇 번의 논의를 거치는 게 좋다. 사전의향서 서명 후에도 여건이 변하면 언제든지 폐기할 수 있다.
말기 환자는 기계장치를 온몸에 달고 무의미한 생명을 연장하는 것보다는 품위 있고 편안한 죽음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 남은 가족이 부담해야 할 막대한 연명의료 비용도 걱정한다.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긴밀하게 소통해 법적 보호(연명의료결정법)을 받으면서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