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앓았더니, 코로나19에 면역력이?
감기를 앓고 난 일부 사람에게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이 생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튀빙겐 대학병원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는 사람 10명 중 8명꼴로 제한적인 면역력을 갖고 있으며, 이는 과거에 감기에 걸렸을 때 생긴 T 면역세포 덕분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 180명과, 걸린 적이 없는 사람 185명의 혈액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하는 실험을 했다.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의 혈액에선 강력한 면역반응이 관찰됐다. 흥미로운 것은 코로나19에 걸린 적 없는 사람들도 150명(81%)이나 면역반응을 보였다는 점.
연구진은 과거 일반적인 감기를 앓았을 때 생겼던 면역세포가 교차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구진은 어린이들이 코로나19에 좀처럼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은 감기를 자주 앓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은 한 해 2~4회 감기를 앓지만, 어린이들은 12회나 걸린다는 것.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존 벨 교수는 “어리거나 젊은 사람들은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를 이미 경험한 T 면역 세포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덕분에 병원균이 침투했을 때 성인보다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는 모든 감기의 30%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중 어떤 바이러스가 코로나19처럼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감염병 전문가 프랑수아 발루 교수는 “T 면역 세포만으로는 온전한 면역력이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다만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그 증상이 심각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논평했다.
연구 결과(SARS-CoV-2 T-cell epitopes define heterologous and COVID-19-induced T-cell recognition)는 발표 전 예비 논문 게재 사이트 ‘리서치 스퀘어(Research Square)’에 실렸으며, 아직 다른 학자들의 검토를 거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