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 (연구)
노인들은 과거에 산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무나 붙잡고 왕년의 일을 읊고, 틈만 나면 옛날 좋았던 일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시는 존재.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그건 편견이다.
현실의 노인들은 나이가 들수록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적었다. 혹 기억을 나눈다고 해도 젊은이들이 하는 것처럼 세세한 사항을 묘사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 연구진은 65~90세의 건강한 노인 102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실생활에서 어떤 빈도로 기억을 떠올리고 그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지 관찰했다.
연구진은 그간 기억에 관한 연구가 대개 실험실에서 진행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참가자들의 일상을 '엿듣는' 방법을 사용했다.
자체 개발한 스마트 폰 앱을 이용해 하루 온종일, 6분에서 18분 간격으로 30초 분량의 대화를 녹음한 것. 참가자들은 어느 시점에 녹음이 진행되는지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다.
4일 동안 수집한 대화를 분석한 결과, 노인들은 지나간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때로 기억을 나눈다 하더라도 디테일은 무시하기 일쑤였다.
기억을 소환하고 공유하는 일은 중요하다. 사람은 그런 경로를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은 또 계획을 세우거나 결정을 내리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그런데 왜 노인들은 그런 자산을 외면하는 걸까? 수석 저자인 매튜 그릴리 교수는 "분명하진 않지만 나이와 함께 뇌에 생기는 변화 때문일 것"이라 추측했다.
우리 두뇌에는 과거나 미래에 관한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 여럿 있다. 나이가 들면 그런 영역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때문에 노인들은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미래는 물론 과거에 대해서도 별로 떠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Eavesdropping on Autobiographical Memory: A Naturalistic Observation Study of Older Adults’ Memory Sharing in Daily Conversations)는 '인간 신경 과학 최신 연구(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저널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