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을 지우는 약이 있다고?
괴로운 기억을 잊게 해 주는 약을 과학자들이 찾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캐나다 맥길 대학교 연구진은 이미 60명을 상대로 과학 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이 약을 실험 중이다.
실험에 참여한 60명은 모두 파트너의 배신 때문에 실연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 이들은 괴로운 기억을 잊는 데 동의한다는 문서에 서명한 후 실험에 참가했다.
연구진이 기억을 지우는 데 쓴 약은 새롭게 개발한 약이 아니었다. 기존에 혈압을 낮추거나 협심증을 치료하는 데 쓰던 ‘프로프라놀롤’이라는 약이었다. 베타차단제의 일종인 이 약은 그 밖에 불안과 관련한 생리적 증상을 줄이는 데도 쓰인다. 그래서 무대 공포증 등 정신과적 문제를 치료하기도 하지만, 무력감, 편두통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실험 참가자들은 이 약을 먹으면서, 아픈 기억을 반복적으로 복기했다. 미리 써둔 자신의 실연에 관한 상세한 스토리를 읽는 방식이었다. 연구진은 이런 복기의 과정을 참가자에 따라 4~6회 반복하면서 프로프라놀롤이 나쁜 기억을 떠올릴 때 감정적 고통을 덜어주는지 살폈다.
‘데일리 메일’은 관련 연구가 아직 확정 발표된 것은 아니고 학계의 피어 리뷰를 거치는 중이지만, 연구를 이끈 알랭 브루네 박사는 프로프라놀롤이 괴로운 기억의 감정적 고통을 덜어주는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브루네 박사는 “현재 연구는 윤리적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기억을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니라, 감정적 고통을 덜어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그러나 미래엔 완전히 지우는 것도 환자가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보스턴 대학교 스티브 라미레스 교수는 “기억은 역동적이서 쉽게 지우기 어렵다”면서 “어떤 기억을 떠올릴 때 두뇌는 마치 컴퓨터에서 문서 파일을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듯 자동으로 백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