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충증
정의
단방조충(dog tapeworm)이나 다방조충(fox tapeworm) 또는 포겔단방조충(E. vogeli)의 유충(포충, hydatid)에 사람이 감염되면 포충증을 일으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3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한 폐포충낭종(pulmonary hydatid cyst) 두 사례가 기생충학적으로 증명된 최초의 한국인 인체감염 예입니다. 지금까지 학술문헌상 보고된 인체감염은 15예 정도로 위의 한 예를제외한 나머지 감염 예는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경우입니다. 이들 환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포충증 유행지역인 중동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했거나 장기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원인
에키노코쿠스 그라눌로수스(echinococcus granulosus),E. multilocularis가 원인 기생충으로 단방조충 이나 다방조충 또는 포겔단방조충의 유충이 사람을 감염시켜 포충증을 유발합니다. 다방 또는 단방조충은 두절(scolex)과 4개의 흡반(sucker)을 갖고 있는 cyclo- phyllidea 목(目)에 속하며 다른 인체기생충성 조충류와 함께 taenidea 과(科)로 분류합니다.
ㆍ매개체
단방조충의 종 숙주는 개과의 육식 동물인데 개, 늑대, 자칼, 코요테, 드물게고양이 및 다른 육식동물의 작은창자에서 발견됩니다. 단방조충은2.5~5 mm 정도로 매우 작고 약 5~20개월 정도 생존합니다. 성충은 미성숙, 성숙, 수태편절을각각 한 개씩 갖고 있습니다. 수태편절은 약 500개 정도의충란을 포함하고 있으며 떨어져 나오면서 아주 단단한 충란을 배변과 함께 배출합니다. 이 충란은 유구, 무구 조충의 충란과 형태가 같아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다방조충의생활사도 설치류가 중간 숙주인 것을 제외하고는 단방조충과 비슷합니다. 종 숙주는 여우로 알려져 있습니다.
ㆍ전파 경로
사람을 포함한 양, 소, 염소, 낙타, 말 같은 중간 숙주가 단방조충의 충란을 섭취하면 충란이 단방조충의포충낭으로 성장합니다. 사람이 충란을 섭취하면 자충이 빠져나와 장막을 뚫고 문맥 순환으로 들어가 여러기관으로 이동하는데 가장 흔하게 이동하는 장소는 간과 폐입니다. 인체에서 완전히 성장한 포낭은 보통직경이 1~7cm의 구형이며 직경이 20cm에 달하는 것도있습니다.
포충이 파열되면 감염력이 있는 원두절이 퍼져 다른 곳에 새롭게 포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방포충은 배아층이 바깥 방향에서 증식해 점진적으로 숙주조직으로 침투하는데 폐포(alveolar)처럼 보이는 여러 개의 막(septum)으로 둘러싸인병변을 일으킵니다. 주요 감염 부위는 간입니다. 포낭이 커가는것이 종양이 자라는 것과 비슷하며 직접 전파, 혈관 또는 림프관을 통해 전이가 일어납니다.
증상
포충은 일반적으로 매우 천천히 자라므로 충분히 자라서 공간점유효과(space occupying effect)를 나타낼 때까지는 대개 증상이 없습니다. 간과허파가 가장 흔히 감염되는 기관입니다. 포충이 커져 증상을 일으킬 때까지 자라는 데 상당히 오랜 기간이필요하며 그 사이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포충낭종은 우연히 단순 가슴 촬영이나 초음파검사에서 발견됩니다. 인체내 병변은 포충의 위치에 따라 좌우되며 포충은 간(66%, 2차적 복막(배막)침범 포함), 허파(22%), 뼈(3%), 뇌(1%),기타(6%, 근육, 지라, 눈동자, 심장, 갑상샘)에 분포합니다.
간에 생기는 포충은 원발성이며 4분의 3 이상이 우엽 아랫면에 나타나고, 환자의 가장 흔한 임상증상은 복통과오른쪽 윗배에서 만져지는 덩어리입니다. 쓸개관(담관)을 압박하거나 포낭액이 쓸갯길(담도)로흘러 들어가 자주 재발하는 쓸개염과 비슷한 임상 양상을 보이거나 쓸개관 폐쇄로 황달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파열되거나우연히 포낭에서 새어나간 포낭액은 발열, 소양감, 두드러기, 호산구증 또는 과민증(analphylaxis)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허파에 기생하는 포충은 기관지나 가슴안(흉강)으로 파열돼 기침, 가슴통, 각혈을일으키고 만성 허파 고름집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뼈조직 포충증에서는 골수에 침투해 천천히 뼈를 마모시켜병적 골절을 유발합니다. 중추신경계(뇌 및 척수)에서 포낭이 커지면 뇌압 항진, 잭슨씨형 간질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콩팥 포충증에서는 간헐적인 통증, 혈뇨 및 콩팥기능 장애가 나타나고, 심장 포충증에서는 전도 장애, 심장막염 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다방포충이 자주 일어나는 부위는 간인데 특징적으로 포낭이 커나가는 것이 천천히 자라는 종양과 비슷하며 간암처럼보이고, 간세포가 파괴되고 다른 기관조직으로 전이됩니다. 환자는대개 오른쪽 윗배의 통증을 호소하고 폐쇄성 황달도 나타납니다. 많지는 않으나 허파나 뇌로 전이되는 환자도있습니다.
ㆍ역학적 특성
단방포충은 중간 숙주가 소, 양, 말, 염소 등 목축하는 가축이므로 목축지역에서 유행합니다. 즉 호주, 아르헨티나, 칠레, 아프리카, 동유럽, 중동, 뉴질랜드 그리고 레바논과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 연안에 자주 발생합니다.다방포충증은 알프스 지역, 캐나다와 미국을 포함한 북극(arctic)과북극권지대(sub-arctic), 중부 및 북유럽, 그리고아시아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포겔단방조충의 포충은 다낭종 포충증(polycytichydatid disease)을 유발하며 중남미에서 유행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한 적이없습니다.
진단
악성종양, 아메바성 고름집, 선천성주머니혹 및 결핵 등과 감별진단해야 합니다. 엑스레이(X-ray)검사는폐포충낭증과 석회화된 포낭을 진단하는 데 유용하고, 각종 단층촬영 및 초음파검사는 간장 내부의 석회화되지않은 주머니혹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외과적 처치 후 실험실적으로protoscolices, 번식포, 낭포낭 등을 찾아내거나 가래나 소변 내에 파열된 낭포낭으로부터포충편절을 찾아 진단할 수 있습니다.
특징적인 작은 갈고리(hooklet)를 찾아내는 것이 특히 진단에유용합니다. 혈청학적 진단법으로 피내검사반응, 간접혈구응집반응(IHA), 보체결합반응, 간법형광항체법, ELISA(효소면역측정법)이 있습니다.
1) 혈청학적 진단
효소면역측정법과 웨스턴블러드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2) 영상진단
영상진단은 포충증을 진단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 가슴촬영에서균일한 밀도를 보이면서 주위가 불규칙하게 보이는 원형 주머니혹으로 발견됩니다. 주로 허파에 포충이 감염되었을때 나타납니다. 컴퓨터단층촬영, 자기공명영상, 초음파에서는 경계가 불분명하고, 두껍거나 얇은 벽을 지니면서 석회화가일어나기도 한(mural calcification) 포충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방포충증의 경우 간암(원발성 및 전이성 포함)과 감별진단에 주의해야 합니다.
치료
외과적으로 주머니혹을 분리해내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방법입니다. 약물치료제로벤지미다졸(benzimidazole) 계열의 약제인 미벤다졸(mebendazole),알벤다졸(albendazole), 플루벤다졸(flubendazole),펜벤자졸(fenbendazole) 등이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으나 실험적으로 인정되고있지 않습니다. 낭종 적출술 후 복용하는 것은 추천하고 있습니다.
예방
치료는 전통적으로 외과적인 적출(분리해서 떼냄)입니다. 단방포충증은 포충을 제거하고 다방포충증은 다방포충을 포함한조직을 제거합니다. 그러나 수술 도중 포충액이 유출돼 과민성 반응(anaphylacticshock)을 일으킬 수 있고, 또 원두절이 전이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포충을 죽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알벤다졸을 수술 4일 전부터시작해서 수술 후 2주까지 처방하기도 합니다(다방포충증은수술 후 알벤다졸을 2년 정도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알벤다졸은 15㎎/㎏용량을 하루에 두 번 나누어 투여합니다. 최근 단방포충증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 대신 비교적 간단한 경피하흡인, 원두절 사멸제 투여와 재흡인(percutaneousaspiration, infusion of scolicidal agents and reaspiration)을 많이 실시합니다. 그러나 포충이 피하조직 바로 밑에 있거나 벌집모양(honeycomb)으로주머니혹 안에 두꺼운 벽이 있거나 쓸갯길에 연결돼 있다면 금기(contraindication)입니다. 개의 성충 감염과 양, 돼지의 유충 감염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예방및 관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포충증이 유행하는 지역에서 감염된 개는 프라지관텔로 치료하고 1년에한두 번씩 조충 구충제를 먹여야 합니다. 개를 감염된 동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하고 양에게 백신을 투여해야합니다.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개의 수를 줄이는 것도 사람 감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일반인들은 전파되는 경로에 대한 지식을 갖고 개와의 접촉을 멀리하고 개인위생을 청결히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