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비만인 사람, 뇌 크기 가장 작다(연구)
복부비만이 대사증후군의 징후이며 심장병 위험을 높이는 등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두뇌에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연구팀은 허리-엉덩이 비율(WHR, waist-to-hip ratio)이 높은 사람, 즉 복부비만이면 평균적으로 뇌 크기가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난 9일(현지 시각) 밝혔다. 뇌 위축의 발생은 기억력 감퇴와 치매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우려가 된다.
특히 대뇌 표면의 회색질(Gray matter) 용량이 적게 나타났다. 회색질은 뇌의 중추신경계에서 신경세포가 밀집된 부분으로 정보처리의 중추다.
연구팀은 9600명(평균 나이 55세)을 대상으로 체질량지수(BMI)와 허리-엉덩이 비율(WHR)을 조사해 비만과 복부비만을 분류한 후, MRI 검사를 통해 뇌 용량을 측정했다. 비만이면서 동시에 복부비만인 그룹, 비만이지만 복부비만은 아닌 그룹, 정상 체중 그룹으로 나눴다.
그 결과, 비만이면서 복부비만인 그룹의 뇌(회색질) 용량이 평균 786세제곱센티미터로 가장 작게 나타났다. BMI만 높은 비만 그룹은 793세제곱센티미터, 정상 체중 그룹은 798세제곱센티미터로 조사돼 뇌 용량 간극은 비만의 여부보다 복부비만의 여부가 더 컸다. 이는 나이와 흡연 여부, 고혈압 등 뇌 용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모두 고려한 결과다.
뇌 크기와 복부지방 및 WHR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전 연구에서는 조사 대상이 적었고, BMI에 좀 더 치중한 면이 있었다.
연구팀은 "허리 주변의 지방이 실제로 뇌 위축을 일으킨다는 것을 증명한 것은 아니다"라며 "회색질이 적은 사람이 복부비만 위험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마크 해머 교수는 "대규모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상관성을 찾아낸 데에 의의가 있다"며 "복부비만과 뇌 위축의 상관성, 더 나아가 치매 위험성까지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신경학회 학술지인 '신경학(Neurology)'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