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은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안달할까?
왜 사람들은 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자녀에게 함께 즐기기 보다는 뭔가 가르치려고 안달할까? 오전에 머리를 얹은 골퍼 초보가 오후에 필드에 처음 나가는 골퍼 새내기를 가르치려 들까? 이 물음의 답을 뚱겨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교육은 사람의 유전체에 새겨진 본능이어서 참으려고 해도 그러기 힘들다는 것.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교 인류학과의 배리 휴렛 교수는 아프리카 아카 피그미 족의 행동을 관찰한 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문명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중요한 본성”이라고 결론짓고 영국에서 발행되는 《왕립 열린과학협회 지》에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인간 본성에서 우러난 교육은 자녀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치려는 경향이 있었다.
휴렛 교수는 40여 년 전 아카 피그미 족의 어른들이 사냥 중간에 쉴 때 자녀들에게 작은 도끼나 땅 파는 작대기, 칼 등을 주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선진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펄쩍 뛸 일이었지만,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해서 아카 피그미 족의 12~14달바기 남녀 젖먹이 5쌍과 그 부모의 행동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아서 분석했다. 아카 족은 인류의 마지막 수렵부족에 속한다. 연구진은 선진국 교육과 방법론이 다른 이들의 교육을 분석하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인류의 뛰어난 교육능력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휴렛 교수는 “지금까지 사회문화 인류학자들의 목소리가 커서 교육은 문명의 산물이어서 작은 사회에서는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봤다”면서 “최근 인지심리학자와 진화생물학자 등이 교육은 인간의 보편적 본성이라고 강조하기 시작했는데 이번 연구결과는 여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카 피그미족은 틈만 나면 단순한 놀이를 통해서 여러 도구의 사용법을 가르쳤으며 자녀들은 자기 행동의 40% 이상을 어른이 가르쳐 준 것을 익히는 데 쓰고 있었다. 아카 족은 자녀를 포함해서 누군가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다.
휴렛 교수는 “아카 족의 교육은 헬리콥터 부모와 달리 개인의 자율을 중시했고, 아기의 삶 속에 공유와 평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면서 인간 본성에 충실한 교육은 현대의 경쟁 위주 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자녀의 배우고 싶은 욕구를 터줄 때 교육은 급속도로 이뤄진다”면서 “아이의 자율성을 빼앗으면 동기를 억누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녀가 어른이 돼서도 주위를 맴돌며 이것저것 지시하는 ‘헬리콥터 부모’의 교육이 인간 본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