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 나온 간헐적 단식, 그게 최선인가?
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
한 공중파 방송에서 열풍을 일으켰던 <간헐적 단식>이 최근 다시 방송에 나오면서 그 관심의 크기가 훨씬 증폭되었다. 이번에는 간헐적 단식의 성공사례들이 소개되면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는데 필자도 그 중 하나여서인지 내가 관리하는 개인블로그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다. 블로그에 올라온 질문들에 답을 하다 보니 16:8 다이어트 방법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16:8 다이어트는 16시간의 공복을 유지하고 식사시간을 8시간 이내에 해결하는 방법이다. 언뜻 바쁜 현대인들이 흔히 하는, 아침을 거르는 생활습관과 비슷해 보인다. 아주 단순하게 받아들이면 아침을 거르고 하루 두 끼 식사만 하면 살이 빠진다는 얘기다. 이제까지 아침을 챙겨먹어야 건강을 유지하고 장수할 수 있으며 심지어 비만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던 내 견해와 아주 다른 주장이 TV에 소개된 것이다.
실제 살을 빼기 위해 나를 찾아온 사람들 중 상당수가 아침을 거르는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아침을 거르면 점심에 과식하기 쉽고 저녁먹고 나서도 허기감이 생겨 야식의 유혹을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평소 아침을 거르고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한 방송내용은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다.
방송에서 16:8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미국인 과학자 부부는 우선 뚱뚱하지 않다. 다시 말해 체중감량이 목적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16:8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8시간 동안 먹는 2끼에서 충분한 영양 섭취를 위해 좋은 식자재를 직접 구입하고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면서 먹었다. 우리가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 것이다.
헬스 트레이너 아놀드홍도 16:8 다이어트를 한 것으로 나온다. 예전에 단백질쉐이크와 닭가슴살만 먹던 식단에서 16:8 간헐적단식을 하며 8시간 동안 기존에 비해 훨씬 더 자유롭게 먹었는데도 오히려 체지방이 감소하고 근육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미 탄탄한 몸을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16시간 공복 다이어트를 해온 아놀드 홍은 우리가 따라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다. 방송을 보면 8시간 동안 먹는 식단도 단백질쉐이크와 닭가슴살이 아니었을 뿐 인스턴트 음식이나 흰밀가루음식이 아닌 건강식이었다. 만약 아놀드 홍이 16:8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서 8시간 동안 피자나 햄버거에 콜라만 먹었다고 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16:8 다이어트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미국 건강잡지 맨즈헬스의 편집장이었던 데이비드 징크젠코(David Zinczenko)의 ‘8시간 다이어트’라는 책에 소개되면서부터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8시간 동안 2~3회에 걸쳐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GI가 낮은 복합당질 형태의 탄수화물을 먹으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공복운동을 강조하고 운동직후에 하루 중 가장 많은 양의 식사를 권하고 있다. 음식을 직접 조리해서 먹는건 둘째치고 사회생활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식사시간을 맞춰야 하고 메뉴의 선택권도 없는 일반인들이 따라 할 수 있는 쉬운 다이어트 법이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실제 우리들 대부분은 저녁식사를 하고 다음날 아침을 먹을 때까지 12시간 단식을 하고 있다. 과연 굶는 시간을 4시간 더 연장하는 16시간 단식이 12시간 단식에 비해 “드라마틱한” 차이를 보일까?
나는 잠자리에 들기 4시간 전에 저녁식사를 하고 하루 7-8시간의 숙면을 취하면서 아침을 12시간 후 반드시 챙겨먹는 12:12 다이어트도 효과 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운동을 더한다면 체중감량 효과는 아침 굶기로 단식을 4시간 더 연장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이제까지 수많은 다이어트에 실패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내가 이런 교과서적인 방법을 얼마나 꾸준히 제대로 해왔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라. 새로운 “유행” 다이어트에 자꾸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은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들을 찾아 다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땀방울 없이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야식을 하지 않고 잠자리 들기 4시간 전에 금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다이어트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세상에 아무리 좋다고 하는 것일지라도 나에게는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방송에 나온 몇몇 케이스에 너무 지나치게 혹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