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의 ‘통큰 인사’
오병희 신임 서울대병원장(사진)은 취임 후 첫 인사를 10일 단행했다. 서울대병원 본원 진료부원장에 김희중 교수(정형외과), 보라매병원장에는 윤강섭 전 보라매병원 진료부원장(정형외과) 그리고 분당서울대병원장에는 의료IT 전문가인 이철희 전 보라매병원장(이비인후과)을 임명했다.
이번 인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의 인사 스타일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영 서울대 암병원장(외과)이 유임되고 방문석 교수(재활의학과)가 핵심 요직인 홍보실장으로 기용된 것을 놓고 ‘통큰 인사’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두 교수는 이번 서울대병원장 선거에서 오병희 원장과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인물들이다. 서울대병원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이사회에 추천한 3명의 후보가 오병희, 노동영 그리고 방문석 교수였다.
이번에 2번째 도전에 나섰던 오병희 후보 입장에서 보면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노동영, 방문석 두 교수의 등장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노동영 교수는 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 유방암센터장을 거친 유방암 분야의 권위자로 한국유방건강재단 이사장 등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지명도가 높았다. 또 방문석 교수는 국립재활원장을 지낸 병원경영 경력을 앞세워 최연소 병원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결국 치열한 경쟁 끝에 오병희 교수가 신임 서울대병원장으로 결정됐고 취임 후 첫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경쟁자였던 노동영, 방문석 교수의 거취가 주목을 받은 것이다. 대개의 경우 인사권자는 논공행상에 따라 요직에는 선거를 도왔던 측근을 발탁하고 경쟁자는 멀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병원 뿐만 아니라 정치권, 기업에서도 자신의 심복만 기용하는 측근 인사로 종종 잡음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오병희 원장의 첫 인사카드는 달랐다. 서울대병원장 ‘재수’에 나선 자신을 위협했던 방문석 교수를 요직인 홍보실장에 발탁한 것이다. 서울대병원 홍보실장은 소통이 강조되는 시대에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고 있어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자리다. 서울대병원장의 3년 성과는 이를 안팎에 알리는 홍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병희 원장이 ‘통큰 인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적재적소 인재 기용이라는 자신만의 인사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방문석 신임 홍보실장은 서울대 의대 기금 조교수, 제18대 국립재활원 원장을 지내며 쌓아올린 풍부한 대외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실무경험이 강점이다. 노동영 암병원장이 유임되고 의료IT 전문가인 이철희 교수가 스마트병원으로 자리잡은 분당서울대병원장으로 기용된 것도 이같은 인사원칙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선거의 흔적을 일거에 털어내는 오병희 원장의 인사 스타일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때의 경쟁자를 능력에 따라 기용하는 오 원장의 포용력처럼 서울대병원이 동반성장하는 의료계의 리더로서 국내 의료계 발전을 선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