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수치 꼭 낮춰야 하나? 반론 파장
수치 높아야 장수한다는 주장도…
대기업 부장인 김모(48) 씨는 최근 3년 동안 정기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고콜레스테롤 혈증과 관련해 진료를 받으라는 소견을 들어왔다. 김 씨의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250대고,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60대, 저밀도 콜레스테롤은 180대였다. 김 씨는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매년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금씩 낮춰왔지만 좀처럼 기준치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
김 씨 같은 40대 후반의 성인인 경우 콜레스테롤 기준치는 총 콜레스테롤은 200㎎/dl 이하이고,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은 40㎎/dl 이상,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은 130㎎/dl 이하로 나와 있다. 그런데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에 대한 현행 수치 기준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애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이언스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LDL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높을 경우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처방하는데 이렇게 특별한 목표치를 설정하고 LDL 수치를 그보다 낮게 유지할 것을 권고하는 것 자체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으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LDL 콜레스테롤이 동맥 내에 쌓이면 피가 제대로 돌지 않는 죽상동맥경화증이 생기고, 나중에 혈전(피떡)이 생겨 혈관이 좁아지면서 심근경색과 협심증, 뇌졸중 등이 심혈관 질환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심근경색 환자들은 LDL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콜레스테롤 수치만 높을 뿐 심장에 영향을 끼칠 다른 위험인자가 없는 이들 중 콜레스테롤 강하제인 스타틴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사망률의 감소가 겨우 0.5%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DL 수치를 무작정 낮추는 것이 환자의 건강에 반드시 이로운 것은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는 것이다.
사실 2010년 일본에서는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이 오래산다’는 주장까지 나온 적이 있다. 이처럼 상식을 뒤엎는 주장을 한 곳은 일본 영양학 연구자로 이뤄진 ‘지방질 영양학회’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면 사망률은 낮아진다는 내용의 ‘장수하기 위한 콜레스테롤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가나가와현 주민 2만6000명을 약 8년간 추적한 결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00미만인 남성의 사망률이 높았고, 이 수치가 120미만인 여성의 사망률도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당시 이에 대해 반발한 곳은 ‘일본 동맥경화학회’였다. 이 학회는 영양학회의 지침에 대해 “환자에게 혼란을 주는 것”이라며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동맥경화학회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40을 넘으면 지방질 이상증으로 볼 수 있고, 수치가 높아지면 동맥경화를 일으켜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둘러싼 논쟁은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인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의 성인병 치료에 관한 4차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어느 정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NHLBI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개정하는 이 가이드라인에는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둘러싸고 지금껏 제기되어 왔던 논란들이 반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가이드라인이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느슨하게 조정할 경우 전 세계의 임상기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제약시장에도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