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검사 후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자기장이 균형감각 혼란시켜 안구진탕증 유발
MRI 검사를 받고난 뒤 어지러움을 느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팀이 그 이유를 밝혀냈다. 신체의 상세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쓰이는
강력한 자기장과 전파가 신체의 균형감각을 제어하는 반고리관에 혼란을 준다는 것이다.
귀의 제일 깊숙한 곳인 내이(內耳)에 자리잡고 있는 반고리관은 서로 수직으로
교차하는 고리모양의 관 세 개로 구성돼 있다. 관 속에는 림프액이 차있어서 그 움직임이나
쏠림이 신체의 균형상태와 움직이는 속도 등을 알리는 지표역할을 한다. 강한 자기장은
이 액체를 교란시켜 몸이 예상 밖으로 움직이거나 불안정하게 휘청거린다는 느낌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 10명과 반고리관 기능을 상실한 사람 2명의 신체반응을
비교했다. MRI 촬영을 받는 동안 안구진탕증, 즉 몸이 움직이는 것을 뇌가
감지했을 때 저절로 안구가 움직이는 현상을 나타내는 지를 비교했다.
그 결과 안구진탕증은 건강한 자원자 전원에게서 나타났으나 내이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MRI와 관련된 현기증에 반고리관이 역할을
한다는 명확한 징표다. 추가 조사 결과 자기장이 강력할수록 안구도 더 빠르게 움직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안구가 움직이는 방향은 자원자들이 어느 방향에서 MRI 기계 속으로
들어갔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졌다.
이 같은 현기증은 림프액과 자기장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자기장이 관 내부에서 전기를 띤 채 순환하는 입자들의 흐름을 가속화시키고
이것은 또한 림프액의 흐름을 통해 동작을 감지하는 세포들에 힘을 가한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데일 로버츠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MRI 자체가 신체에 변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면서 “이는 기능적 MRI 이미지를 해석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이며 앞으로 내이의 이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 저널 23일자에 실렸으며
같은 날 데일리메일에 보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