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유아어 사용, 귀엽습니까?
“부모가 다 해주는 문화가 말에도 스며들어”
# 1
“선생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구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할게요”
“내가 가르쳐준 방법이 괜찮았지?”
“네, 해보니까 좋더라구요”
# 2
“자기야, 은영이 생일선물 뭐 줄꺼야?”
“음....뭐 받구 싶어?”
“가방도 갖고 싶구, 화장품도 갖고 싶구,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위의 대화를 읽어도 어디가 잘못돼 있는지 얼른 말하기 쉽지않다. 더구나 말을
할 때는 이 표현들이 너무 익숙한 나머지 바른 언어로 고쳐 놓으면 오히려 어색하기까지
하다.
#1을 바르게 고치면 “선생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할게요”
“네, 해보니까 좋더라고요”/ #2를 고치면 “내 생일선물 뭐 줄거야?” “음...뭐 받고 싶어?”
“가방도 갖고 싶고, 화장품도 갖고 싶고,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아”이다. 어색해
보이지만 이렇게 말해야 바른 우리말 표현이다.
두 대화모두 ‘고’가 바른 표현인데 ‘구’로 바꿔 말하면 더 밝고 가벼운 느낌을
준다. 강산에의 ‘라구요’ 라는 노래제목은 오히려 시적이기까지 하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고’는 ‘-ㄹ려고’ ‘-려고’의 의미이다. ‘구’는 잘못된 쓰임이다.
또 자기 생일인데도 ‘나’를 3인칭화 해서 이름(은영이)을 넣어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이런 표현은 우리말 문법에도 어긋나지만 아직 문법을 배우지 않은 어린이가 주로
사용하는 유아적 표현이다. ‘바라’를 ‘바래’, ‘같아’를 ‘같애’, ‘나무라다’를
‘나무래다’로 표현하는 것도 유아적 표현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동사의 기본형이 ‘아’형인데 실제 생활에선 ‘애’형으로 잘못 쓰는 게 하도
많다보니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소리내기 말하기가 더 편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많이 쓰기도 하는 잘못된 표현이다.
이런 유아적 표현을 어른들도 흔히 사용한다. 연인이 대화할 때,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의존적으로 이야기할 때, 그리고 여성이 많이 사용한다. 유아적 표현은 듣는 이에게
보호본능을 일으키고 귀엽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책 ‘털없는 원숭이’(데스몬드 모리스)에 따르면 어른이 어린애 같은 행동을
보이는 것은 특히 구애할 때 흔히 나타난다. 연애하는 남녀는 흔히 유아어를 사용하는데
유아어가 짝에게 다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아어는 모든 남녀가
갖고 있는 어머니나 아버지다운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공격적인 감정이나 무서운 감정을
억눌러 준다.
한편 부모의 과보호가 아이를 어른으로 만들지 못하고 ‘피터팬증후군’을 만들기
때문에 유아어가 자주 쓰인다는 분석도 있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저자
김혜남 정신분석연구소 소장은 “아이들을 느긋하게 기다려주지 않고 부모가 다 해결해주고
제대로 된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으므로 피터팬증후군, 즉 애어른을 만든다”며
“어떤 젊은이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서너살짜리들의 대화같은 느낌이 드는 건 바로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