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부친 이름 밝힐 때
“아버님 소개로 찾아왔습니다. 저희 아버님 함자는 홍(洪)자에 길(吉)자, 동(童)자입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만약 누군가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한다면
상대방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일단 두 군데가 틀렸다. 하나는 아버님이라는 호칭. 자신의 아버지에게는
편지글 외에는 아버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아버지’로 부르는 것이 맞다.
또 웃어른의 이름에 ‘자’를 붙이는 것은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며
성(姓)에는 ‘자’를 붙이지 않는다.
따라서 위의 경우에는 “안녕하십니까. 저는 홍, 길자, 동자의 아들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면 무난하다.
이처럼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을 제대로 소개하는 경우가 드물다.
비슷한 실수가 어른이 “자네 본관이 어디인가” 하고 물을 때 “예, ○○ 김씨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다. 많은 사람이 그냥 넘어가지만, 양반 가문에서는 아주 불쾌해 하거나
어이없다고 여긴다.
국어사전에서 ‘씨’라는 단어는 ‘남의 성이나 이름 뒤에 써서 존경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예, ○○ 김가입니다”로 말하는 것이 예법에
맞다.
누나, 오빠, 형이나 동생의 친구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마땅한 말을 몰라 어물어물대는
사람도 많다. 이때에는 “○○○씨가 제 큰형님입니다(이십니다)” “○○○씨의
오빠 되는 사람입니다” “제 동생이 ○○○입니다” 등으로 말하면 된다.
아내나 남편의 친구에게는 “○○○씨의 남편(바깥사람)입니다” 또는 “○○○씨의
아내(집사람, 처, 안사람)입니다” “○○○씨가 제 아내(집사람, 안사람)입니다”
“○○○씨가 제 남편(바깥양반)입니다” 등으로 말한다.
건강가정시민연대는 주인양반, 집사람이 남녀평등에 위배된다고 각각 남편, 아내로
바꿔 부르자고 제안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많은 국어학자는 주인양반은 많이 쓰지도 않는 데다 권위적인 호칭이지만,
집사람은 아내, 안사람 등과 어원적으로 비슷한 뜻을 갖고 있어 써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배우자의 직장에 전화를 걸었을 때에는 “○○○씨의 남편(바깥사람)” “○○○씨의
아내(집사람, 안사람, 처)”로 소개해도 괜찮지만 “집입니다”가 가장 무난하다.
이때에는 비록 집에 있지 않아도 “집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도움말=국립국어연구원 전수태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