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생존자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위험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도 의식에 잠재
천안함이 침몰한지 보름이 지났다. 정확한 침몰 원인이 밝혀지지도 않고 실종자들의
생사도 대부분 확인되지 않았다. 나날이 답답한 상황이다. 7일에 있었던 기자회견에
나온 구조생존자 56명의 표정도 침통하기만 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사람이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상상속의 재 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는 질환이다.
전쟁처럼 큰 사건은 근래에 없었지만 우리나라는 대형 참사가 끊이지 않았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에 이어
2007년 아프간 탈레반 납치 사건까지 한국인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멀지 않은
위험이었다.
천안함 생존자들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의 위험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다. 바다에서
생사의 기로에 섰던 경험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공포의 기억일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의 주 증상은 △증상 재 경험 △회피 △정서적 마비△과민
상태의 네 가지다. 증상 재 경험은 당시의 기억이 자꾸 떠올라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주로 악몽을 꾸게 된다. 회피는 사건 당시와 비슷한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김경란 교수는 “골목길에서 성폭행을 당한 일이
있는 여성이 골목길을 피하는 것과 대구 지하철 참사를 겪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지
않는 것이 그런 경우”라고 말했다.
정서적 마비는 눈에 초점을 잃고 멍해있거나 외부 자극에 둔해지는 것이다. 신체적인
이상이 없지만 정서적으로 굳어진다는 의미다. 과민 상태는 조그만 일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불안해서 잠을 잘 못자는 증상이다.
하지만 큰 사건을 겪었다고 모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오는 건 아니다.
경희의료원 정신과 반건호 교수는 “사건 강도와 함께 개인의 취약성에 따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원래 취약한 사람이
이런 큰 일에 닥치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천안함 생존자들은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함께 생활해 온 가족같은 존재였기에 그 충격이 심할 것으로 본다. 반 교수는
“서바이벌 신드롬이라고 부르는, 자신만 살아남은 데 대한 미안함을 몰래 키우고
있을 수도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행한다. 김경란
교수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게 화제를 바꾸기 보다는 사건에 대해 자꾸 얘기하도록
해 단계적으로 극복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방치하면
회피행동도, 우울증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