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지 않은 휴대전화의 진동 왜 자꾸 느껴지나?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 행동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는 휴대폰.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혹시라도 창에 ‘부재중

전화’가 뜨면 마음이 덜컥한다. 중요한 전화를 놓쳤을 수 있기에 말이다. 그래서

화장실에 갈 때도 갖고 가고 잠자리에 들 때도 휴대폰을 끌어 안고 잠을 청한다.

최근 비상 배터리가 없는 아이폰으로 바꾸고 나서는 아예 배터리 충전기까지 챙겨

다닌다.

이런 휴대전화 집착 때문일까. 전화가 울리지 않는데도 휴대전화 진동음이 울린

것만 같은  ‘휴대폰의 낚시질’에 하루에도 몇 번씩 낚인다. 진동이 느껴져

집어든 휴대전화를 막상 확인해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휴대전화가 얄밉기까지

하다.  

1인 1폰 시대에 이런 경험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소란스러운 커피점에서 친구와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때에 휴대폰 낚시질에 낚여 대화가 끊겼던 일을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왜 사람들은 울리지 않은 휴대폰을 울렸다고 착각하는 걸까.

이는 무조건반사와 조건반사 개념을 정립시킨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실험을 통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파블로프

박사는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준 후 먹이를 준다. 이를 반복하다보니 먹이를 봐야만

무조건 반사적으로 침을 흘리던 개가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는 조건반사 반응을

보인다. 종소리를 학습한 파블로프의 개처럼 사람도 휴대폰 진동 자극을 학습하면

조건반사적으로 휴대전화를 살핀다는 것이다.

문제는 진동이 휴대폰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흔들리는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도 헛 진동이 느껴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에서 울리는 진동을

자기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때문에 휴대폰 진동과 비슷한 진동 자극을 받아도

휴대전화 진동으로 여기고는 폴더를 몇 번씩 여닫는 것이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조건반사는 일종의 습관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진동으로 휴대전화를 받는 습관이 형성되면 그 진동과 조금만 유사한 상황이

된다면 사람은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살피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 현대인들은

집단적으로 진동에 반응하도록 학습하고 있는 것이다.

진동을 전혀 느끼지 않았더라도 휴대전화를 자꾸만 확인해야만 마음이 편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마찬가지로 습관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주위가 시끄럽거나

하는 일에 정신이 팔려 휴대전화 진동을 알아채지 못했던 경험이 반복되면 휴대전화가

울리지 않았더라도 불안한 마음에 자꾸 확인해 보게 된다. 이처럼 인간은 경험을

통해 학습한 내용을 앞으로의 행동에 반영시킨다고 한다. ‘울린 진동’을 놓치지

않기 위해 ‘울리지 않은 진동’을 상상하고 확인하는 행동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강박적인 증세로 발전한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박두흠 교수는 “휴대전화을 5분 단위로 부재중 전화가 있었는지 계속 확인하는 등

집착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면 이는 전형적인 강박적 사고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현대인들은 업무상 휴대전화가 꼭 있어야 한다.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이들이라도

휴대전화를 받지 않으면 애인이나 가족에게 핀잔을 듣는 경우도 많다. 우리 모두가

휴대전화의 진동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휴대폰 강박 사고’에 어느 정도 젖어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은 울리지도 않은 휴대전화에 몇 번이나 속았던가. 휴대전화 없이 사는 하루를

상상할 수도 없는 오늘 나는 주변에서 ‘파블로프의 개’와 비슷한 군중을 쉽게 발견한다.

“여보세요~?”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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