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잘 안타는 사람, 피부암 조심해야
자외선 차단하려면 모자 챙 7.5cm이상 돼야
장마전선이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햇빛이 쨍쨍 내리쬐면 피부암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햇빛이 강할수록 피부에 유해한 자외선 농도가 높아져 악성종양인 피부암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햇빛은 우리 몸에 비타민 D를 주고 살균 작용을 하므로 피하는 게 무조건 좋지는
않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민걸 교수는 “적당한 햇빛 노출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피부암이 걱정된다면 낮 12~2시의 강한 햇빛은 안 쐬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강한 햇빛에만 자외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약한 햇빛이라 하더라도 오랜 시간
노출되면 피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자외선 차단을 위해
모자 착용, 양산 쓰기, 자외선 차단제 바르기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자외선 차단을 위해서는 이러한 방법들을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리쬐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쓰고 외출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시중에서
파는 패션 모자는 자외선을 전혀 차단할 수 없다. 고려대 구로병원 피부과 김용주
교수는 “야구 모자, 벙거지 모자 전부 소용 없고 밀짚모자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모자 챙은 최소한 7.5cm 이상은 되어야 하며 챙 15cm 정도의 모자가 자외선 차단에
가장 좋다.
자외선 차단제는 하루 한 번만 바른다면 그 효과가 오래 가지 못한다. 피부암
예방 목적이라면 차단제를 2~3시간마다 꼼꼼히 발라주는 게 좋다. 이민걸 교수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자 한다면 자외선차단지수(SPF: Sun Protection
Factor)가 얼마나 높은가 보다 얼마나 많은 양의 차단제가 피부에 묻어있느냐가 중요하다”며
“SPF 15~25 정도가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긴 팔 옷, 양산 등 보조 수단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피부암 예방에 좋다. 피부암은
햇빛에 노출되기 쉬운 얼굴이나 팔에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므로, 걸치는 용도의 긴
팔 옷과 양산 등 소품은 피부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긴 팔 옷과 자외선 차단 코팅
처리가 된 양산은 자외선이 피부에 직접 와 닿는 것을 막기 때문. 하지만 양산이나
모자는 벽이나 바닥으로부터 반사되어 오는 자외선까지 차단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병행하는 게 피부암을 예방하는 데에 가장 좋다.
피부암은 전구암이라고도 불리는 광선 각화증으로부터 시작된다. 피부는 겉에서부터
표피-진피-피하지방으로 구성된다. 자외선이 표피 아주 얇은 층까지만 침투한다 하더라도
축적될 경우 피부에 하얀 각질 같은 점이 생기는데 이것이 광선 각화증의 증상이다.
이렇게 피부에 축적된 자외선이 진피를 뚫고 들어가 혈관을 따라 퍼져나가면 피부암으로
발전하는 것. 이러한 현상은 햇빛에 잘 드러나는 얼굴이나 팔 등에서 주로 생긴다.
김용주 교수는 “1mm도 안 되는 깊이를 기준으로 표피 층과 진피 층이 구분되기
때문에 광선 각화증 증상이 보일 때는 바로 병원을 찾아 조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피부암은 크게 표피의 바닥층에서 발생해 피부조직을 파괴하는 기저세포암, 표피에서
발생하지만 기저세포암보다 전이가 빠른 편평상피세포암, 멜라닌 세포의 악성화로
종양이 생기는 악성흑색종 등으로 분류된다. 이 중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걸리는
피부암은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기저세포암이며 이는 다행히 편평상피세포암이나
악성흑색종보다 완치율이 높다.
피부암은 흔히 백인에게 많이 나타나지만 한국인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 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피부암 발생은 2003년 1399건, 2004년
1802건, 2005년 2192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피부암을 주의해야 할 사람들
얼굴이 하얗고, 햇빛에 피부가 잘 타지 않는 사람은 피부암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다음은 특별히 피부암을 주의해야 하는 사람의 유형이다.
▽얼굴이 하얗고 햇빛을 봤을 때 빨갛게 익었다가 돌아오는 사람= 서양인과 비슷한
피부 유형으로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부족하다. 멜라닌 색소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특히 햇빛이 많을 때 증가한다. 이로 인해 얼굴이 그을리지만,
이것이 부족하다는 것은 피부가 자외선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운동 선수, 택시 기사, 농부 등 햇빛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 피부암
발병 원인의 90% 이상은 자외선이다. 햇빛을 많이 보는 직업에 종사할수록 피부암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강한 햇빛 아래서 골프를 치는 등 운동을 하거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자칫 목 뒷덜미에 신경 쓰지 못할 경우가 많다. 이 곳에서 피부 노화가
급속히 진행하고 종양이 생길 가능성도 많다.
▽50대 이상 노인= 피부암은 한 순간 햇빛을 본다고 해서 걸리는 질환이 아니다.
자외선이 피부에 누적되어 발병하는 만큼 젊은 사람에게서는 잘 관찰되지 않는다.
▽부모가 악성 흑색종을 앓았던 사람= 국내에서 가장 드물게 발생하는 피부암
종류인 악성 흑색종은 한국인 환자에게서는 손과 발에 갑자기 점이 많아지는 형태로
발견되곤 한다. 유전적 요인이 있으므로 증상이 시작되면 병원을 찾아 조직 검사를
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