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섬유 권장량 먹으면 대장암 위험 절반으로 뚝
섭취량 계속 줄면서 대장암 발병 6년만에 1.8배로 급증
식이섬유가 몸에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몸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사람은 드물다. 김치, 나물, 콩 등으로 구성된 한국
식단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지만 식생활문화가 점차 서양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식이섬유는 대장암 예방과 다이어트에 특히 탁월한 효과가 있다. 가까이 있어서 소홀히
하기 쉬운 식이섬유, 어떻게 얼마나 먹어야 할까.
▽ 식이섬유 하루에 25g 먹으면 대장암 위험 절반으로 줄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대장암 전문 김원호 교수는 “살면서 암에 걸릴
확률이 3분의 1이고 그 중 10분의 1이 대장암이므로 100명 중 3명은 대장암에 걸린다고
보면 된다”며 “그런데 식이섬유의 일일 최소 권장량인 25g씩 꾸준히 먹어 주면
대장암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장암 환자와 일반인의 식이섬유 섭취량을 4~5단계로 나눠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먹은 그룹은 가장 적게 먹게 먹은 그룹보다 대장암 발병이 2배나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식이섬유는 어떻게 대장암을 예방할까. 육류와 동물성 지방을 먹으면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담즙산의 분비가 촉진되고, 육류를 소화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장에 내용물이 머물러 있는 시간도 길어진다. 이렇게 되면 대장 점막세포가 손상되면서
암세포가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반면 식이섬유를 권장량 이상으로 먹어 주면 음식물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단축된다.
여러 발암물질이 고속으로 대장을 통과하면서 대장점막과 접촉하는 시간이 확 줄어드는
것이다. 식이섬유는 또한 대장 안의 유익한 세균에 영향을 끼쳐 발암물질의 작용
자체를 억제한다.
연세대 노화과학연구소는 2006년 발표 논문 ‘식이섬유의 섭취가 만성 기능성
변비에 미치는 영향’에서 변비 증세가 있는 여성이 식이섬유가 들어간 과자를 먹었더니
복부 불쾌감이 호전되고 배변감이 좋아지며, 과도한 힘주기도 필요 없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 식이섬유 음료는 어떨까
시판되는 다이어트 음료 대부분에 식이섬유가 들어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식이섬유는
대장암 예방, 변비 해소 등 효과는 물론 포만감까지 주기 때문에 과식을 막는 데
좋다. 그러나 식이섬유 자체가 살을 빼주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식이섬유는 물에 잘 녹는 수용성과
물에 녹지 않고 거칠거칠한 불수용성 식이섬유로 나뉜다”며 “이 중 과일, 야채
등에 많이 들어있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물과 결합해 포만감을 주면서 과식을 방지하고
결과적으로 체중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어떤 식이섬유를 어떻게 먹을까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한국인이 즐겨먹는 식품 중 식이섬유 함량이 20% 이상인
것은 검정콩, 노란콩, 참깨, 말린 고사리, 곶감, 김, 마른 미역, 다시마, 고춧가루,
청국장 분말 등이다. 현미, 고구마, 버섯, 브로콜리, 토마토, 당근, 된장, 보리,
깻잎, 대추 등에도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는 “일상에서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려면
야채 샐러드를 한 접시 양껏 먹고 밥은 도정을 적게 해 씨눈이 붙어있는 현미밥을,
식빵은 잡곡 식빵을 고르는 등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권했다.
조리는 가능하면 삶거나 찌고, 굽는 방법이 좋다.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조리법은
지방에서 나오는 독소가 장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양의 물을 함께 섭취하면 더욱 좋다.
▽ 식이섬유 섭취량은 줄고 대장암은 늘고
한국인의 국민영양조사가 시작된 지난 1969년 이래 최근까지의 식이섬유 섭취량을
보면 꾸준한 감소세가 확인된다. 섭취열량 1000Kcal를 기준으로 한 한국인의 식이섬유
추정 섭취량은 1969~1977년 12g, 1978~1986년 11g, 1987~1995년 10g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지난 2006년 조사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권고하는 하루 식이섬유 섭취 권장량은
25g이지만 평균 섭취량은 19.8g에 불과했다.
한국인의 5대 식이섬유 공급원은 채소류, 곡류, 과실류, 해조류, 콩류지만 음식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인의 대장암 발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전국 암발생률 조사 자료에 따르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암 발생 순위 4위였던 대장암이 2위까지 올라와 1위인 위암 다음으로 위협적인
암으로 떠올랐다. 10만 명당 대장암 발생 건수는 1999년 9714건에서 2005년 1만7625명으로
6년 만에 1.8배 수준으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