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부터 알테오젠까지...2024 제약바이오 승자들
알테오젠 시총 증가율 212% 으뜸...삼일제약은 161% 성장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대체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말 대비 시가총액 증감률은 코스피 -5.7%, 코스닥 -4.6%로 감소하며 업계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알테오젠과 삼일제약 등 일부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돋보이는 성과를 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과 코스피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기업 222개 중 시가총액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곳은 28%에 불과한 64곳으로 나타났다. 업종 분류별 ‘제약’ 종목과 ‘일반서비스’ 종목 내 자연과학 및 공학 연구개발업, 기타 과학기술 서비스업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시총 증가율 1위를 기록한 기업은 알테오젠이다.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5조1400억원 수준에서 1년 만에 16조원으로 대폭 상승(증가율 212%)하며 코스닥 시총 1위를 차지했다. 알테오젠의 핵심 기술은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꿔주는 히알루로니다제 기술 ‘ALT-B4’다. 이 기술은 약물이 빠르게 흡수되도록 돕는 플랫폼인데, 지난 2월 MSD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키트루다’에 독점 사용하게 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가장 큰 폭의 시총 성장을 이룬 곳은 삼일제약이다. 지난해 말 1020억원이었던 삼일제약 시총은 올해 2661억원으로 160% 이상 증가했다. 삼일제약은 2021년 판권을 획득한 골관절염 치료제 ‘로어시비빈트’와 MASH(대사증후군 관련 지방간염) 치료제 ‘아람콜’의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으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또한 내년 본격 가동 예정인 CMO(위탁생산)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에 반영됐다. 삼일제약은 이미 지난 9월 대만의 포모사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으며, 베트남 CMO 공장 준공 이후 20여 곳의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문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증가율 71%)은 국산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올해 8월 얀센의 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허가받은 렉라자는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변이를 동반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미국 전역에서 처방되고 있다.
녹십자와 셀트리온도 글로벌 시장이 주가 상승 동력이 됐다. 녹십자(35%)는 지난 7월 출시한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알리글로 미국 목표 매출은 올해 600억원, 내년 1500억원이며, 미국 내 혈액제제 시장의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중장기 성장동력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셀트리온(33%)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를 지난 3월 미국 시장에 출시한 이후 10월까지 3대 처방약급여관리회사(PBM)에 등재되며 유통 기반을 다졌다. TV 광고 등 인지도 개선을 통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코스닥 시장에서 알테오젠에 이어 높은 시총 증가율(178%)을 기록한 펩트론은 약물이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되도록 해 약효를 조절하는 ‘스마트데포’로 주목받는 회사다. 지난 10월 글로벌 비만치료제 강자인 일라이릴리와 스마트데포 기술평가계약 체결 소식을 발표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말 3만원대이던 주가는 현재 10만원 선에 올라와 있다.
코오롱티슈진(시총 171% 상승)은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TG-C(옛 인보사)’의 부활 기대감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오롱티슈진은 1066명의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 시험을 종료했으며, 2027년 품목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처셀(150%)은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조인트스템’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첨단재생의료치료제(RMAT)로 승인을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올해 새로운 기록을 쓴 기업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0월 22일 주가가 장중 111만원3000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높은 주가다. 또한 2021년 이후 3년 만에 황제주(주가 100만원 이상)로 복귀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글로벌 CDMO(위탁생산개발) 수주 확대에 힘입어 올해 매출이 4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약 54조원이었던 시총은 67조원으로 23% 가량 증가했고, 코스피 시장 전체에서도 4위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