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세포 이용해, 심장병 거뜬히 치료할 수 있다?

고려대 연구팀, 재생 불가능한 ‘심장근육’ 만드는 기술 개발…일반 세포인 ‘섬유 아세포’를 성숙하고 완전한 기능 갖춘 ‘유도 심근세포’로 전환하는 데 성공

고려대 의대는 일반적인 결합조직 세포인 ‘섬유 아세포’를 기능적인 ‘유도 심근세포’로 바꿔주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부전 등 심혈관병으로 손상된 심장은 심장근육(심근)을 재생시키지 못한다. 심장근육 세포는 출생 직후 분열을 멈춘 뒤 끊임없이 몸 전체로 혈액을 퍼 올리는 데 에너지를 쏟는다.

심장병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해, 재생이 거의 불가능한 심장근육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의대 연구팀은 일반적인 결합조직 세포인 ‘섬유 아세포’를 기능적인 ‘유도 심근세포’로 바꿔주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송명화 교수(심장내과)는 “심장은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심혈관병으로 인한 손상을 회복하기가 특히 어렵다. 손상된 조직을 복원하기 위해 우리 몸의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섬유 아세포를 ‘유도 심근세포(iCM)’로 전환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공개했다. 이 기술은 섬유 아세포의 성장인자4(FGF4)와 비타민C를 결합해 세포 성숙을 촉진하고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섬유 아세포의 성장인자4와 아스코르브산의 조합이 특정 신호전달경로(JAK2-STAT3)를 활성화해 유도된 심근세포(iCM)의 성숙을 촉진한다.

송 교수는 “섬유 아세포를 구조와 기능이 개선된 심근세포로 효과적으로 재프로그래밍해 재생의학에 흥미로운 가능성을 던졌다. 이 연구 결과는 재생의학을 실용적인 치료법으로 바꾸는 데 바짝 다가서게 했다”고 설명했다. 환자 자신의 세포를 사용해 심장을 치료하는 방향으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의하면 중간 단계의 줄기세포 단계를 거치지 않는 직접적인 심장 리프로그래밍은 섬유 아세포를 유도 심근세포로 전환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접근 방식은 상당히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연구팀은 성숙하고 완전한 기능을 갖춘 심근세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중요한 세포 메커니즘(JAK2-STAT3 신호전달 경로)을 활성화해 이 장애물을 해결했다.

연구팀은 RNA 시퀀싱, 형광 이미징, 전기 생리학적 테스트 등 첨단기술을 활용했다. 그 결과 명확하게 정의된 근섬유와 T-튜브를 가진 세포구조 개선, 이온채널 기능 개선에 따른 전기활동 향상, 완전히 재프로그래밍된 성숙한 심근세포의 생성 효율화 등 좋은 개선 효과를 거뒀다. 송 교수는 “JAK2-STAT3 경로가 이런 효과를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 경로는 자연적인 심근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거의 그대로 모방하는 세포의 유도를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심장마비 등 심혈관병으로 인한 손상을 복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주목된다. 앞으로 이 기술이 치료법으로 활용되면 심장 조직을 재생하는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심혈관병 퇴치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심장 이식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확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임상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FGF4 and ascorbic acid enhance the maturation of induced cardiomyocytes by activating JAK2–STAT3 signaling)는 국제학술지 ≪실험 및 분자 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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