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쩝쩝거리면 분노가"...19세男 가족과 식사도 못해, 얼마나 예민하길래?

음식 먹는 소리에도 분노 치밀어 가족과 식사조차 못하는 남성 사연

그레이슨 위태커는 미소포니아로 인해 사람들이 음식 먹는 소리조차 참지 못한다. [사진='더미러' 보도내용 캡처]
희귀 질환으로 인해 가족과 크리스마스 저녁식사를 함께 하지 못하는 한 영국 남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영국 일간 더미러 등 외신에 따르면, 요크셔주 리즈에 사는 그레이슨 위태커(19)는 사람들이 하품하는 소리, 훌쩍거리는 소리, 음식을 씹는 소리만 들어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는 특정 소리에 극도의 감정적 반응이 일어나는 미소포니아, 청각과민증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증상이 있어 그는 항상 혼자 방에 틀어박혀 지내야 했다.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자극이 되는 소리가 들리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가족에게 화를 내는 일이 생기다 보니 그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그레이슨은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 저녁식사를 해 본 적이 없어 추억이 없다”며 “그냥 방에 틀어박혀 지내니 부모님이 항상 속상해하셨다”고 말했다.

반 친구들이 내는 소음을 견디지 못해 결국 학교도 그만두고 5년 동안은 방에서만 생활하기도 했다.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의 진료도 받아보고 개인 치료와 최면 요법까지 시도해보았지만, 잠깐 효과가 있을 뿐 결국 원래대로 돌아왔다.

맥도널드 매니저로 근무하는 그는 오히려 직장에서는 주변 환경이 너무 시끄럽다보니 자극이 되는 소리가 묻혀 편하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여자친구와 함께 조용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어 훨씬 편하게 지내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내 상태를 설명하려 하니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고 이야기를 꾸며낸 거라 했다”며 “사람들은 정말 어려운 병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언젠가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가족, 연인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길 바란다”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 소리에 극도의 혐오감 느끼는 미소포니아

특정 소리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한다면 미소포니아를 의심해볼 수 있다. 미소포니아를 가진 사람은 음식을 먹을 때 쩝쩝거리는 소리, 키보드 소리, 시계 초침 소리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편해 하지 않는 일상적인 소리 자극을 견디지 못해 화, 불안, 두려움, 혐오감과 같은 강한 감정적 반응을 보인다. 혈압이 높아지거나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하는 신체적 반응이 동반되기도 한다.

미소포니아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뇌의 청각시스템과 변연계 사이의 연결이 과도하게 활성화된 것을 원인으로 추정한다. 또한 영국 뉴캐슬대 의대 연구진이 MRI 영상을 이용해 미소포니아 환자의 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자극을 유발하는 소리는 감정 처리를 담당하는 뇌 영역인 전방 섬엽(AIC)에서 매우 과장된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뇌전방 섬엽에서 보이는 높은 활동성이 미소포니아 환자의 왜곡된 인지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소포니아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환자 자신에게는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만큼 해를 끼치므로 다양한 치료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치료 방법으로는 인지행동치료가 있다. 혐오감을 느끼는 소리에 약한 자극부터 시작해 의도적으로 노출해 적응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 외에 최면 요법이나 바이오피드백 등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지해미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