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의료 공백’, 비난만 하면 뭐하나…새로운 극복 모델 나와
인근 지자체들 돈 모아 만드는 첫 모델 ‘심뇌혈관센터’, 내년 3월 문 연다
부산과 울산이 함께 만드는 심뇌혈관질환 전문진료센터가 내년 3월 문을 연다.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서생면이 50여억 원을 지원해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학원장 이창훈)에 세우는 것. 중앙정부 예산 없이 인접한 기초지자체들이 지역주민 위한 필수의료시설을 독자적으로 마련한 국내 첫 사례다.
이에 인근 주민들은 심장마비, 뇌졸중 등 응급상황이면 멀리 대학병원으로 달려가지 않고도 가까운 여기서 바로 치료 받을 수 있게 된다. 생명이 오가는 골든타임을 길거리에서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 실정에선 앞으로 더 심각해질 ‘지방 의료공백’을 이겨낼 새로운 모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기장군과 서생면은 15일 오후 3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심뇌혈관센터 구축사업’ 협약식과 착공식을 열었다. 부산 기장군이 32억 원, 울주군 서생면(주민협의회)이 20억 원을 지원하기로 널리 공표한 것. 부산시도 여기에 1억 원을 보탠다.
그렇게 모인 53억 원을 투입, 이날부터 전문인력 확보와 시설 공사에 들어간다. 심장내과, 신경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의료진도 구하고, MRI(3.0T)부터 최신 혈관촬영기와 수술현미경까지 필수 의료장비들도 두루 갖춘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 3층에 들어서는데, 마침 그 자리가 중환자실, 수술실 바로 옆이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쪽 주민들로선 가까이 30분(해운대백병원), 멀리 1시간(동아대병원, 울산대병원) 걸리던 응급환자 이송 시간이 앞으론 15분 이내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특히 부산시 전체 면적보다 크다는 울주군 주민들의 의료 공백은 상당 부분 보완책이 생겼다.
여기 심뇌혈관센터는 암 진료처럼 심장내과와 신경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이 협진을 통해 최적의 치료를 서비스한다. 그것도 1년 365일, 하루 24시간 풀가동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재활 전문의가 수술을 받은 환자의 일상 복귀를 돕고, 위험인자 집중관리를 통해 재발하는 것도 막는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이창훈 의학원장(신경외과)은 “하나의 경제·생활권 지자체가 공공의료기관과 협력해 필수의료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한 국내 첫 케이스”라며 “지역 필수의료서비스의 정점은 심뇌혈관센터할 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전국적 성공 사례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지역 공공의료 역할이 커지면 그 혜택이 주민들에게 곧바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심뇌혈관센터 15일 협약식, 착공식 잇따라
한편, 이날 ‘심뇌혈관센터 구축사업’ 지역상생 협약식, 센터 착공식엔 부산시 이준승 행정부시장과 부산 기장 정동만 국회의원, 울산 울주 서범수 국회의원(국민의힘 사무총장), 기장 정종복 군수 등이 두루 참석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이진경 원장도 왔다.
이어 부산시의회 이승우 박종철 시의원, 기장군의회 박홍복 의장과 구본영 부의장, 장안읍 김태연 발전위원장, 울주군 이진호 서생면주민협의회장(직무대행)도 참석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선 김법종 원자력병원장(산부인과), 김정수 진료부장(신경외과), 이홍제 연구센터장과 최원호 경영관리부장이 자리했다.
여기서 정동만 의원은 “두 지자체가 돈을 모아 만드는 특별한 상생모델”이라며 “2년 뒤 의학원 인근에 서울대병원 중입자가속기 진료센터까지 완공되면 이곳, 부산 기장이 특별한 곳으로 떠오른다”고 격려했다. 또 서범수 의원은 “울주군은 아주 넓고 대학병원은 너무 멀어서 심뇌혈관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면서 “이번 심뇌혈관센터 모델을 더 발전시켜 인근 생활권역이 함께 다양한 협업모델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이준승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얼마나 필요하고 또 답답했으면 지자체들이 직접 돈을 모아 이런 센터를 만들었겠느냐 싶어 축하하면서도 한편으론 죄송하다”고 말하고 “앞으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다른 걱정 없이 진료에만 힘쓰도록 부산시와 기장군이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방안을 협의해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