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초점렌즈 사용 백내장 수술, 전액 환자 부담?...‘병행진료 금지’ 논란 거셀까

의료개혁특위서 방안 논의...의료계, 환자 치료선택권 저하 등 우려

실손보험 빠른 청구 키오스크. [사진=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정부가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건강보험 급여 진료와 비급여를 함께 받는 이른바 ‘병행진료(혼합진료)’에 대한 금지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의료계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으로, 과잉 우려가 있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만 손질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손보험 지출 목록에 상단을 차지하는 도수치료, 백내장수술(비급여 다초점렌즈 포함), 성형 분야 비밸브재건술 등이 유력후보로 점쳐진다.

지난 7월 첫 회의를 시작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필수의료·공정보상전문위 산하 비급여·실손보험 소위원회’에서는 격주로 회의를 열며 과잉 우려 비급여 항목을 위주로 병행진료 금지 등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

병행진료란 소위 혼합진료로도 불리는데, 급여 의료행위에 비급여 행위나 치료재료 등을 함께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신경외과나 정형외과에서 건강보험 급여 치료와 비급여인 도수치료를 함께 받는 것인데, 병행진료 금지(병행진료 급여 제한)는 비급여 행위는 물론 함께받는 건강보험 급여 치료까지 전액 환자 본인 부담으로 돌리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 8월 30일 의료개혁 1차 방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과잉 우려 비급여의 병행진료 금지(건강보험 급여 제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의개특위에서 검토 중인 예시 사례도 공개했다.

비급여인 도수치료의 경우 의학적 필요를 넘어 일정 횟수 이상 반복될 경우 ▲외래 재진 진찰료 ▲급여 물리치료료 ▲기존 기술 대비 효과적인 일부 부위 등을 제외하고 도수치료와 함께 행해진 급여 치료의 건강보험 보장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또한 비급여인 비밸브 재건술은 성형 목적으로 건강보험 급여인 비중격 교정술과 함께 실시될 경우 비중격 교정술의 건강보험 보장을 제한하는 형태이다. 다초점렌즈(비급여)로 백내장 수술을 할 때 수정체의 혼탁도 평가가 없을 경우 백내장 수술료의 건강보험 보장을 제외하는 것도 언급됐다.

이처럼 공적 보험진료와 비급여 병행진료를 금지하는 나라는 일본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의료제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적의료보험제도와 민간 중심 의료제공체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비슷한 점이 많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급여에 해당하는 자유진료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보장 진료에 해당하는 진료부분에 대해서도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다.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병행진료 제한 방향과도 유사성이 있는 부분이다.

현재 의료계는 개원가 의사회를 중심으로 반발하는 모양새다. 정혜욱 대한안과의사회 회장 등은 “대부분 일생에 한 번 하는 수술을 도수치료처럼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시술 등과 같은 범주에 두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과잉 수술 문제가 불거졌으나, 보험사와 브로커 등에 귀책 사유가 있던 것이 대부분”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사적 계약인 비급여 치료에 정부가 개입하면 환자 치료 선택권은 심각하게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완호 대한정형외과의사회장은 “도수치료는 학문적 가치가 충분히 있는 치료다. 물론 미용과 도수치료를 병행하는 등 우리가 봐도 과잉인 경우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일부 부도덕한 사례 때문에 학문적인 토대가 있는 치료에 모든 환자의 선택권을 뺏어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학계는 과잉진료 논란 대해선 의료계의 자정노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대한안과학회 관계자는 “일부 의료기관의 백내장 수술 문제에 대해 자정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밝혔다. 더욱이 "최근 대법원이 입원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 백내장 보험금을 통원 보장 한도에서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과잉진료가 일부 억제됐다고"도 덧붙였다.

대한정맥학회도 하지정맥류 수술과 관련해 자정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올바른 치료 지침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정맥류 수술도 종종 과잉 비급여 항목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맥학회 관계자는 “하지정맥류 질환과 그에 대한 검사, 진단 가이드라인을 지난해에 발표했다. 몇 년 전엔 윤리강령 발표도 했었다”며 “올해 하지정맥류로 포함되는 만성 하지정맥 기능 부전에 대한 치료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병원계 관계자는 “일본도 병행진료를 모두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선진의료제도라고 해서 신고된 신의료기술의 병행진료를 보장하고, 그외에 여러 병행진료의 부분 해금(허용)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이 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의료개혁 특위에서는 실손보험 논의까지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보험과 비급여 의료를 함께 손대는 것은 과잉진료를 부르고 실손보험금 누수를 일으켜 가입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기서 쟁점은 3자 계약 구조전환이다. 의료개혁 1차 방안에서도 적정진료 유인을 위해 보험사-의료기관간 협의에 따른 비급여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실질적 심사방안을 만들 것을 예시로 들었다. 현재 '환자-민간보험사'의 계약구조를, '환자-보험사-의료기관' 3자 구조로 바꾸는 것도 제안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같은 기관의 심사를 토대로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를 보험사가 감시하자는 것이다. 때문에 병행진료 급여 제한을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실손보험에서 제외하는 것도 충분히 논의 가능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실손보험 개혁과 관련해 “금융위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체계 정상화를 이끌고 상생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실손보험 개선안을 연내에 마련하기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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