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소변에서 피가 나왔어요!"...어디 감염 된걸까?
학령기 아동의 0.2~6.0%에서 혈뇨 발견
우리 아이 소변에 살짝 붉은색이 비친다면? 아이도, 부모도 깜짝 놀랄 상황이다. 소변에 피가 섞여 있는 것 같기 때문. 아이 데리고 병원으로 곧장 달려가야 할지 망설여진다.
부모가 놀라는 건 그럴 때만이 아니다. 어느 날, 병원에서 ”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받으라“는 통지를 해올 때도 있다. 학생 건강검진 소변간이검사에서 ‘요잠혈(尿潛血) 양성’ 소견이 나와 ‘신장 질환’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사실 혈뇨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증상의 하나다. 대한소아신장학회에 따르면 학령기 아동의 0.2~6.0%에서 혈뇨가 발견된다.
소아청소년에 흔한 ‘소아혈뇨’
임상학적으로 혈뇨(血尿)는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육안적 혈뇨’와 현미경으로 봤을 때 발견하는 ‘현미경적 혈뇨’로 구분한다. 콜라나 커피처럼 짙은 갈색이라면 몸 깊숙이 들어있는 콩팥 쪽 문제를, 와인색이나 선홍색이라면 요도나 방광 쪽 문제를 의심한다. 또 현미경으로 소변을 검사해 봤을 때 적혈구가 5개 이상 나와도 혈뇨로 진단한다.
원인은 정말 다양하다.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는 있다. 하나는 콩팥, 즉 ‘신장실질’ 에 이상이 있는 것과 다른 하나는 요로(신우, 요관, 방광, 요도)에 이상이 있는 경우다.
게다가 간이검사에서 적혈구 몇 개 나왔다고 바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장방광초음파, 혈액검사 및 정밀 소변검사를 통해서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감별해야 한다.
물론 아이들 혈뇨는 대개 성장기에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소변길, 즉 요로(尿路)에 생긴 감염 때문일 때도 많다. 남자아이보단 여자아이들에 더 많다. 이럴 땐 항생제 정도로도 쉽게 치료된다.
요로감염, 고칼슘뇨, 고요산뇨 많아
소변에 칼슘이 많은 ‘고(高)칼슘뇨’, 요산이 많은 ‘고요산뇨’도 있다. 50세 이상 성인에서 요로결석이나 암(신장, 요관, 방광, 전립선)으로 혈뇨가 잘 생기는 것과도 차이가 있다.
아이들의 경우, 소변에 단백뇨가 섞여 있느냐도 특히 중요하다. 혈뇨와 단백뇨까지 있으면 사구체 질환일 가능성이 커진다.
부산성모병원 강동일 과장(비뇨의학과)은 “소변 색은 정상이지만 현미경적 혈뇨와 단백뇨가 같이 있는 경우는 사구체 질환일 수 있다”면서 “사구체 질환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여러 해가 지나면서 점차 만성(慢性) 콩팥병이 돼 나중엔 혈관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혈뇨에 단백뇨 섞여 있을 때가 위험... 만성 콩팥병으로 악화할 수도
드물긴 하지만, 만일 콩팥 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엔 아이도 유전성 콩팥 질환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감기, 장염 등 감염성 질환까지 최근 앓았을 땐 사구체신염으로 갈 수 있다. 고혈압, 저알부민혈증, 부종, 소변량이 갑자기 줄어드는 핍뇨(乏尿) 등이 있을 때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는 “학생검진에서 혈뇨가 있다고 통지가 와도 다른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서 추가 -검사를 받지 않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면서 “하지만 혈뇨는 신장 질환과 요로 질환을 알려주는 핵심 증상의 하나”라 했다. 눈에 보이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혈뇨를 방치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어서다.
혈뇨 원인 다양하나 대개는 치료 경과 좋아
혈뇨는 원인이 다양한 데다 그 원인에 따라 치료와 경과도 달라진다. 물론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혈뇨도 상당히 많다. 이런저런 검사를 해봐도 도저히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게 13%나 된다.
강동일 과장은 “요로감염 정도의 문제라면 대개 항생제를 쓰면서 경과를 관찰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면서 “설사 단백뇨가 나왔다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잠깐 나타났다 없어진다면, 이럴 때도 대부분 양호한 경과를 보인다”고 했다. 너무 앞서 걱정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