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때문에 얻는 당뇨병, '유전적 위험'으로 예측 가능
곽수헌 서울대병원 교수... "점수 높으면 당뇨 위험 3배까지 커져"
임신이 원인이 돼 당뇨병이 생기는 임신성 당뇨의 고위험군을 미리 선별할 수 있게 됐다. 직계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있는 등 유전적 위험이 높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3배 이상 유병 위험이 올라갔다는 이유에서다.
곽수헌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임신성 당뇨를 경험한 여성 1895명을 대상으로 당뇨병의 유전적 위험에 따라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서 고혈당이 생기는 병이다. 이 질환을 경험한 여성은 거대아를 출산하거나 분만 과정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환자 대부분은 출산 후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가지만 5명 중 1~2명은 출산 후 10년 내 2형 당뇨병이 발병한다. 해당 여성은 일반 당뇨병 고위험군보다 상대적으로 젊고 체중, 혈압 등 당뇨병의 임상적 위험 요인이 명확히 나타나지 않아 발병 예측이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당뇨병 발생 예측 지표로서 당뇨병 유전적 위험을 점수로 표현한 '다유전자 위험점수'에 주목했다. 다양한 인종·임상환경을 가진 임신성 당뇨 여성 1895명을 대상으로 당뇨병 관련 유전자변이 여부를 확인한 뒤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계산해 2형 당뇨병 위험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다유전자 위험점수가 평균 점수보다 1점 커질수록 2형 당뇨병 위험은 1.52배씩 증가했다. 즉 다유전자 위험점수는 임신성 당뇨 여성의 출산 후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에 대한 예측 인자로서 작동했다.
주목할 점은 전체 코호트에서 다유전자 위험점수가 상위 10%인 '당뇨병 유전적 고위험군'은 나머지 90% 대조군보다 2형 당뇨병 위험이 평균 3.25배 높았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기존 당뇨병 예측지표에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추가로 분석하면 정확도가 일부 개선된다는 점도 확인했다.
기존에 알려진 4가지 당뇨 위험인자(발병연령, 당뇨병 가족력, BMI, 혈압) 분석의 2형당뇨병 발생 예측 정확도는 71%였다. 여기에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추가로 분석하자 예측 정확도가 74%로 유의하게 올라갔다.
곽수헌 교수는 "2형 당뇨병 위험이 높은 임신성 당뇨 여성을 당뇨병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통해 비교적 정확히 선별할 수 있다"며 "산후 정기 검사 등 임산부의 맞춤형 당뇨병 예방 및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이번 연구 결과가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 분야의 국제학술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