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어지럽더니” 전신 마비된 30대男...눈 깜빡여 소통, 무슨 사연?

의식있지만 전신 마비 상태인 락트인증후군...뇌종양 제거 이후 나타나

30대 영국 남성이 감금 증후군(locked-in syndrome)에 걸려 눈을 깜빡여야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이 남성은 작년 11월 뇌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일상을 되찾았다가 지난 5월 감금 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사진=영국 매체 미러 보도 갈무리 / SWNS ‘Beth Wright’]
30대 영국 남성이 락트인 증후군(locked-in syndrome, 감금증후군)에 걸려 눈 깜빡임으로 의사소통하는 사연이 공개됐다. 락트인 증후군은 인지 기능은 정상이지만 몸을 움직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올리 코폭(32)은 뇌종양을 진단받고 작년 11월 종양을 제거한 후 일상을 되찾았다. 그는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면서 직장에 복귀하고 운동을 하면서 활동적으로 지냈다. 여자친구와 함께 스페인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올리는 극심한 피로감과 어지러움을 느꼈다. 병원을 찾은 그는 뇌에 물이 찬 상태였고 검사 결과 락트인 증후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올리는 호흡을 위해 기관절개술을 받고 현재 튜브로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여전히 그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말을 하지 못해 입원 중이다. 의사소통은 눈 깜빡임으로만 하고 있으며 조만간 언어 재활치료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리의 여자친구 베스는 “뇌종양을 제거했기에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또 일어날지 몰랐다”며 “눈을 깜빡이고 듣고 보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올리는 생명 유지 장치에 의지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어디 간 곳이 기억나냐고 물으면 올리는 눈을 깜빡이고, 스테이크가 좋냐고 물어봐도 눈을 감았다 뜬다”며 “손가락과 어깨를 조금씩 움직일 수 있기에 가끔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싫다고 표현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의식 있지만 전신마비 상태인 락트인 증후군...혼수상태와는 달라

올리가 앓는 락트인 증후군은 의식은 있으나 전신이 마비되는 희귀병이다. 평생 방 안에 갇혀 살 수밖에 없고, 외부와의 소통이 불가능해 락트인 증후군은 감금 또는 잠금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이 병에 걸리면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말하기 어려워지기에 외관상 혼수상태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락트인 증후군 환자는 대뇌와 소뇌는 정상이며 각성이 유지되고 운동 기능만 차단된 상태다. 마비된 몸과 달리 감각 신경이 정상이기에 신체 감각, 청각은 느낄 수 있다. 올리가 여자친구의 물음에 눈을 깜빡이며 대답할 수 있는 이유다. 환자는 눈동자를 위아래로 움직일 수도 있지만 옆으로는 움직이기 어려워 한다.

‧신경세포 손상 등이 원인...기도 확보하고 산소 공급 통한 치료부터 시작

뇌가 망가지거나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락트인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혈전이나 색전(혈관을 순환하는 작은 덩어리) 등으로 동맥이 막히거나 출혈이 생겨 연수(대뇌에서 내려온 신경이 소뇌와 합쳐져 척수로 내려가는 부분)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원인이다. 뇌의 교뇌라는 부분에 뇌경색이 발생해도 운동신경이 망가져 얼굴을 비롯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돼 락트인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락트인 증후군은 먼저 기도를 확보하고 적절한 산소 공급을 통해 치료를 시작한다. 환자 대부분은 만성적으로 심각한 장애가 남지만 시간이 지나면 소실된 운동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 회복이 기대되는 환자는 드물게 락트인 증후군 발병 한 달 안에 물리 치료, 발성‧호흡 치료 등 재활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동맥이 막혀 락트인 증후군이 생겼다면 가능한 빨리 동맥을 뚫는 혈전 용해 치료 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최지혜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