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 좋아하는 이들이 여름 더 조심해야 할 이유

돌연사 부르는 ‘급성심근경색’, 추운 겨울보다 찌는 무더위에 더 많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된다. 잠시 밖에 나서기라도 하면 이마부터 가슴팍, 겨드랑이는 금세 땀범벅이 된다.

무더위에 땀까지 많이 흘리면 심장엔 빨간불이 켜진다. 심근경색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리면 심장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려 피부 아래 말초 혈관으로 피가 몰리면서 혈압이 떨어진다. 그러면 심장은 혈압을 유지하려 더 많은 혈액을 보내기 위해 더 빨리, 더 세게 뛰게 된다. 몸의 균형을 맞추려는 항상성(恒常性) 때문이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이 끈적해지면서 혈전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이에 따라 관상동맥이 막히면 ‘급성심근경색’(Acute myocardial infarction)이 생긴다. 혈전이 머리 쪽으로 가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서(뇌출혈) 뇌졸중이 생기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여름철(6~8월) 심근경색 환자가 9만4300명, 겨울철(12~2월) 환자가 9만2867명이었다. 이듬해 2021년에도 여름 환자(9만9871명)가 겨울 환자(9만6370명)보다 조금 더 많았다. 심근경색이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 많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끈적끈적한 혈전이 혈관 막는 것이 핵심 원인

대개는 ‘가슴이 우리하다(욱신욱신하다)’거나 ‘가슴이 눌린다’고 하는 증상이 일어난다. ‘속이 메스껍다’, ‘더부룩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급성으로 심근경색이 오면 1/3은 현장에서 사망한다. 돌연사, 즉, 초기 사망률이 30%를 넘는다는 것. 또 병원에 급히 도착했더라도 치료를 받다 죽는 비율 역시 5~10%에 이른다.

그래서 심근경색 환자가 119구급차에 실려 오면 병원 응급실은 분초를 다툰다. 그러면서 막힌 혈관을 빠르게 뚫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급성심근경색은 심전도 소견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부산성모병원 심혈관센터 권용섭 과장(순환기내과)은 “혈관이 완전히 막혔느냐, 조금이나마 열려 있느냐의 차이”라 했다. 만일 완전히 막혔다면 이때의 골든타임은 60분. 이 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곧장 열어주어야 한다.

권 과장은 “혈관이 막히면, 그때부터는 계속해서 심장근육의 괴사(壞死)가 진행하므로 혈관을 빨리 열어줄수록 예후가 좋다”면서 “48시간이 지난 후에는 이미 괴사가 많이 진행된 만큼 막힌 혈관을 열어주더라도 이득이 별로 없다”고도 했다.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 30대 이하 젊은층에서도 ‘급성심근경색’이 의외로 많다. 혈관 벽에 기름때가 쌓여 생기는 ‘죽상경화반’(粥狀硬化斑, atherosclerotic plaques)이 핵심 원인인데, 주성분이 콜레스테롤로 식습관과 관련이 깊다.

30대 젊은층에서도 최근 발병 늘어나…건강 해치는 식습관 때문

권 과장은 “혈관에 좋지 않은 음식, 즉 열량이 많거나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 즉 ‘달고 짠 음식’, 포화지방 또는 트랜스지방 섭취가 늘어나며 젊은 나이에도 이미 혈관에 죽상경화반이 만들어져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죽상경화반 때문에 관상동맥이 막히면 혈전을 녹이고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항응고제 및 항혈소판제 등 약을 써보지만, 그렇게도 안 되면 빠르게 중재 시술을 진행해야 한다. 손목이나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카테터(catheter)를 관상동맥까지 밀어 넣어서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풍선확장술’, 스텐트(stent)를 넣어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 삽입술’ 등이 대표적.

그는 “요즘엔 재(再)협착 방지에 장기간 효과가 있는 ‘약물 용출성(湧出性) 스텐트’(Drug Eluting Stent)를 주로 사용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막힌 혈관을 뚫고, 다시 혈관이 막히는 것을 예방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막힌 부위가 여러 곳에 많거나, 혈관을 넓혀주는 ‘중재 시술’로도 예후를 장담할 수 없을 땐 심장을 열어 새로운 혈관을 이식해주는 ‘관상동맥우회술’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

부산성모병원 권 과장은 “급성심근경색증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환자의 약 절반은 이전에 아무런 증상이 없던 건강한 환자들”이라 했다. 심지어 며칠 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나왔던 이가 갑자기 응급실로 실려 오는 일도 있을 정도.

이는 혈관이 심하게 좁아지지 않은 부위에서도 혈관 막힘이 잘 발생하기 때문. 이에 따라 급성심근경색증의 발병 위험 부위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예고 없이 찾아온 경우도 많아”…응급실에선 혈관 뚫는 데 초점

이에 남자는 45세 이상, 여자는 55세 이상으로 흡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라면 미리 조심할 필요가 있다. 부모, 형제, 자매 또는 자녀 중에 관상동맥 질환을 진단받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더 그렇다.

이에 따라 땀을 많이 흘린 날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함께 휴식이 필수다. 무리한 야외활동을 피하되 15분 이상 가슴이 조이는 듯한 통증과 어지러움, 호흡곤란 등을 느끼면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

특히 고령층은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환자는 이미 심근경색 위험인자가 있는 만큼 여름철엔 특히 탈수증(脫水症)이 오지 않게 더 조심해야 한다.

부산성모병원 권용섭 과장은 “많은 급성심근경색 환자들이 증상이 나타나고도 병원에 오기를 주저하다가 시간이 많이 지나간 상태로 병원에 도착해서 생명을 잃거나, 치료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조기에 진단이 되고 치료가 된다면,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으며 큰 후유증 없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사진=부산성모병원]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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